코카콜라 이끌 새 CEO, 120년만에 외부 영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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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세계 최대 음료 회사인 코카콜라가 설립 120년 만에 처음으로 차기 최고경영자(CEO)를 외부에서 모집하기로 결정했다.

코카콜라 이사회가 지난주 사임 의사를 밝힌 더글러스 대프트 현 회장 후임으로 2인자인 스티븐 헤이어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사장을 승진시키지 않고 외부에서 적임자를 찾기로 결정했다고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AWSJ)이 25일 보도했다.

신문은 "코카콜라가 이미 '하이드릭 앤드 스트러글스' 등 두 곳의 전문 스카우트 업체에 적임자 물색을 의뢰했다"며 "올 여름께 후임 CEO를 최종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대프트 회장은 지난 19일 최근 수년간의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연말에 사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코카콜라는 도널드 키오그 전 사장을 위원장으로 한 인선위원회를 구성해 본격적인 인선 작업에 들어갔다.

현재 외부 인사 중에는 미국 화장품 회사인 에이본 프로덕츠의 CEO인 안드레아 정과 KFC 등 레스토랑 체인 얌브랜드의 데이비드 노박 회장, 제임스 킬츠 질레트 CEO, 레브론의 잭 스탈 등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AWSJ는 "코카콜라 이사이자 영향력 있는 투자자인 워렌 버핏이 질레트의 대주주이기도 해 킬츠의 영입 가능성이 주목된다"고 전했다.

이번 코카콜라의 새 CEO 영입은 버핏과 투자은행가인 허버트 앨런, 인선위원장인 키오그 전 사장 등 거물 이사 세명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

당초 키오그 인선위원장이 헤이어 사장을 코카콜라에 영입한 당사자여서 헤이어 사장의 내부 승진설이 우세했다. 하지만 일부 이사진이 그의 최고경영자로서의 자질을 문제삼으면서 외부 인사 쪽으로 방향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타임워너 그룹의 터너방송국 사장 출신인 헤이어 사장은 2001년 코카콜라에 합류한 뒤 기존 코카콜라의 이미지를 쇄신하는 광고와 스프라이트 리믹스.바닐라 코크와 같은 신상품 출시를 성공시켰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 사상 최고치인 210억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등 1998년 이래 하락세를 면치 못하던 코카콜라를 다시 성장 궤도에 되돌려 놓는 경영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동료 경영진을 '멍청이''저능아'라고 부르는 등 독선적인 스타일로 국제 기업의 총수 이미지에 걸맞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다. 게다가 지난해 5월 회사의 재무담당 직원인 매튜 휘틀리가 e-메일로 회계 부정 의혹을 보고하자 오히려 휘틀리를 해고해 연방검찰의 조사와 법정소송을 불러오는 등 대처를 잘못한 점도 헤이어 회장의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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