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건강] 6대 암 협진치료 ‘연합군’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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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이달 초 개원한 삼성암센터 전경(左). 자연친화를 위해 전면을 커브형으로 설계했다. 협진실에서 각과 전문의들이 모여 환자에게 최적의 치료를 하기 위한 협의를 하고 있다(右).

삼성서울병원(서울 강남구 일원동)에 652병상 규모의 암센터가 문을 열어 적체됐던 암환자 치료에 다소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것은 환자 중심의 암치료 시스템. 각과 전문의의 협진을 통해 맞춤의료가 제공되고, 진료대기 시간을 대폭 줄여 환자의 불안감을 줄였다. 환자의 삶의 질도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미용을 고려한 최소침습 수술과 성형·재활·영양까지 배려했다. 국내 암치료의 새 장을 여는 ‘똑똑한 암 전문병원, 삼성암센터(소장 심영목 교수)’를 방문했다.

◆진료영역 파괴=3일 오전 9시. 2차 병원에서 폐암 소견을 받아 삼성암센터를 찾은 고모(64)씨. 호흡기내과 권오정 교수는 다른 병원에서 찍은 환자의 영상자료를 보고 상태의 위중함을 판단, 정밀검사를 의뢰하는 한편 입원을 지시했다. 같은 날 오전 11시. 폐암센터 협진실엔 권 교수 외에 흉부외과·방사선과·혈액종양내과 전문의가 모였다. 이들은 숙의 끝에 “일단 수술 대상으로 보이지만 검사 결과를 보고 판단하자”는 결론을 냈다. 재검 결과 고씨의 병기는 폐암 2기. 흉부외과 의사는 9일 병실을 찾아 그에게 수술을 권유했고, 고씨는 10일 수술대 위에 올랐다. 전문센터 협진실에선 이렇게 매일 11∼12시에 협진이 실시된다. 매주 한 번은 환자가 참여하기도 한다.

삼성암센터엔 내과·외과 등 기존의 진료과명이 없다. 대신 암 발생 부위를 중심으로 6대 암 전문센터와 10개 전문치료팀을 구성했다. 한국인에게 가장 다발하는 위·폐·간·대장·유방·부인암을 중심으로 센터형 병원을 만들었다.

◆검사에서 수술까지 7일=고씨가 외래방문에서 수술까지 걸린 기간은 1주일. 이전에는 외래·검사·입원·수술 과정을 거칠 때마다 대기해야 하므로 보통 한두 달은 기다렸다.

유방암센터 남석진 교수는 “환자가 외래에서 무인접수시스템을 통해 접수하면 진료일정이 화면에 뜬다”며 “접수에서 진료·초음파검사·유방촬영·조직검사 등이 한 공간에서 원스톱으로 이뤄져 환자가 이러저리 뛰어다녀야 하는 수고를 던다”고 설명했다.

항암치료를 받기 위해 입원할 필요도 없어졌다. 박근칠 폐암센터장은 “종래엔 항암제를 맞기 위해 2∼3일 미리 입원해야 했지만 이곳 암센터 2층에 있는 통원치료센터(67병상)에선 치료를 받고 바로 귀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6시간 이내에 끝나는 항암치료는 통원치료센터 내의 외래치료실에서, 6시간 이상 걸리면 당일 입원치료실에서 치료를 받는다. 환자의 병동 안에 의사 방을 배치한 것도 특이하다. 폐암 병동에 폐암 전문의 방을 만드는 식이다. 환자와의 접근성을 줄여 치료시간을 줄이자는 취지다.

◆환자의 삶의 질도 고려한다=그동안 국내 암환자 관리는 치료 성적에만 집중했다. 환자의 고통이나 미용 등 삶의 질은 소홀히 한 것. 하지만 이곳 암센터에는 환자의 마음과 신체적 고통을 보듬어주려는 노력이 담겨 있다. 대표적인 것이 흉터를 줄여주는 최소침습 수술. MRI를 접목시켜 초음파로 자궁근종을 태우거나, 유방을 가능하면 보존하는 유방보존술, 통증과 부작용을 최소화한 감시림프절 절제술 등이 대표적인 시술이다.

삼성암센터는 국내 처음 20여 종의 다양한 환자 및 가족 프로그램도 준비했다. 금연· 음악· 미술·웃음교실을 무료로 운영하고, 요가·치유명상·운동·손발마사지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강좌는 매일 3~5개씩 열린다.

암교육센터에는 교육간호사가 상주하며 암 관련 최신 서적과 교육용 소책자, 인터넷 정보, 동영상 등을 환자에게 제공한다. 소그룹별 환자 교육 프로그램도 상시 운영한다.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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