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사 찬반논쟁-반대 金俊碩 延大입학관리처장.경영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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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금년 대학 입시도 적지 않은 문제점을 남긴채 마감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도입된 대학별고사(본고사)가 당락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도되면서 고3학생들을 짓누르는 과외 부담은 예외없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대학은 과연 국.영.수 중심의 본고사를 통해서만 교육 목적에적합한 학생을 선발할 수 있는가.우선 국어.영어.수학과 같은 도구과목을 중심으로 본고사가 치러지기 때문에 고등정신 능력을 평가한다는 당초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국.영.수를모두 잘해야만 훌륭한 문학가나 과학자가 될 수 있는 건 아닐 것이다.또한 본고사 시행 이후 고교교육은 더욱 더 정상적 궤도에서 벗어나고 있다.학생들은 학교 수업은 적당히 때우고 본고사에 필요한 과외공부에 더 치중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더구나 대학마다 본고사 출제 경향이 다른데다 소수학생들을위해 본고사 위주 수업을 진행하기도 실제 어렵다는 게 교사들이털어놓는 고충이다.현실적으로 본고사는 원래 취지와는 달리 적지않은 부작용과 국 가적 낭비를 초래하고 있다.
대학은 잠재력 있는 학생을 선발해 그들이 이 사회에 공헌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곳이다.그렇다면 대학에서 학생을 선발하는 합리적 기준은 「어떤 학생이 좋은 학생인가」라는 질문으로 귀결되는데 실상 이 문제의 핵심은 깊이있게 논의된 적 이 별로 없다.지금까지 입시제도는 평가의 객관성만을 지나치게 강조하다보니「높은 점수=좋은 학생」이라는 고정관념을 굳혀버렸다.
이런 점수 지상주의는 대학과 전공을 선택할 때도 마찬가지다.
적성과는 상관없이 어디든 붙고 봐야하니 「성적 이 곧 적성」이라는 엉뚱한 유행어를 만들어내며 대학을 입학시험 점수 순으로 서열화 해왔다.
수능시험은 말 그대로 대학에서의 수학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도구다.내신과 수능성적으로만 선발된 학생들은 본고사까지 치른 학생들과 비교할 때 고등정신 능력이 떨어지는가.그렇지 않다.
94학년도 연세대에 내신과 수능 성적으로만 선발된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는 본고사를 치른 학생들과 비교했을 때 오히려 더 우수했던 것으로 통계수치는 나타나고 있다.또 입학생들의 통계 수치를 보면 과외공부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은 대도시 학생들이 지방 학생들보다 본고사 합격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액과외를 통해 본고사 성적을 올리는 것은 마치 녹즙기로 야채즙을짜내는 것과 같다.
이번 95학년도 일반전형 지원자들의 수능과 본고사 성적간의 상관계수는 0.61로 비교적 높은 관계가 있는 것으로 판명되었다.즉 수능성적이 높은 학생이 본고사 성적도 좋았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수능시험으로 본고사를 대체할 수 있다는 논리적 귀결에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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