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새 기준 ‘글로벌 마인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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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 인수위가 이명박 당선인에게 정부조직 개편의 기본 방향과 시안을 보고한 13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경비원이 청사 1층 로비에 있는 각 부처의 층별 안내판 앞에서 근무를 서고 있다. [사진=김성룡 기자]

 이명박 정부의 첫 총리 인선 기준으로 글로벌 마인드가 새로 추가됐다고 13일 인수위 핵심 관계자가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선인이 최근 총리 기준과 관련해 ‘글로벌 경험이나 시각이 있는 총리여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한 일이 있다”며 “조만간 이 같은 인선 기준을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총리 인선 기준을 놓고 실무도 되고 정치력도 있고 인품도 좋아야 한다는 정도만 알려졌었다”며 “글로벌 마인드가 추가됨에 따라 하마평에 오르내렸던 총리 후보군도 상당히 좁혀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당선인 주변에선 그동안 총선을 의식해 ‘정치인 총리’론과 ‘보좌형 실무 총리’론이 경합을 벌이던 상황이었다.

 정치인 총리로는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사실상 유일했다. 한때 심대평 국민중심당 대표의 총리 기용설이 돌았으나 심 대표가 ‘이회창 신당’에 남겠다고 하면서 쑥 들어갔다. 보좌형 실무 총리로는 이경숙 인수위원장과 손병두 서강대 총장이 주로 거론됐다. 이 인수위원장의 경우 “경우(도리)에 맞게 일한다”라는, 손 총장에 대해서는“CEO형”이란 평가가 많았다. 이런 가운데 충북 제천 출신의 이원종 전 충북 도지사도 거론됐다.

 하지만 이 당선인이 ‘글로벌 감각’을 중시함에 따라 후보군의 변화가 예상된다. 심대평 대표나 이원종 전 지사의 경우 이 기준과는 거리가 멀다.

 중국 특사단장인 박 전 대표나 해외 유학 경험이 있는 이 위원장과 손 총장은 글로벌 감각 기준에 부합하는 인물이다. 외무장관을 지낸 한승주 고려대 총장 서리도 유력한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는 게 당선인 주변의 얘기다.

 ◆“장관 인선은 차관과 함께”=이 당선인의 핵심 측근은 이날 “당선인이 장관과 함께 강력한 팀을 이뤄 일할 차관까지 함께 인선하고 있다”며 “새 정부 첫 총리 및 장관의 발표가 늦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는 “기업은 최고 수뇌부가 방향을 정하면 그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일을 한다”며 “하지만 관료들이 규정을 거론하면서 못하겠다고 하면 관료 논리에 익숙지 않은 장관들이 아무 일도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장관이 의지대로 일할 수 있도록 이명박 정부의 비전을 공유하면서도 관료 조직에 능통하고 능력도 있는 차관을 아예 붙여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 당선인 주변에선 역대 교수의 발탁 케이스를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 그 결과 각 분야의 전문가이지만 장관으로 성공한 사례가 그다지 많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성공 케이스는 서강대·국민대 교수를 지낸 남덕우 전 총리와 미국 뉴욕대 교수 생활을 했던 사공일 전 재무장관 정도라는 것이다.

 이 측근은 “공무원들이 ‘규정상 안 된다’고 하면 진짜 일이 안 되는 게 정부”라고 말했다.

 조각(組閣) 인선팀은 또 장관을 도울 수 있는 각 부처 내 실무 국장들의 명단까지 파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 때문에 당초 15일부터 시작되려던 인사 검증 작업이 지연되고 있다고 한다.

 서울시장을 지낼 당시 공무원의 관료주의를 절감한 그는 “일하지 않고 시간만 때우면 승진하는데, 공연히 일하겠다고 나섰다가 실수하면 상사에게 혼쭐나서 일을 안 한다”고 무사안일을 질타한 일이 있다.

 한편 이 당선인은 김백준 전 서울메트로 감사를 당선인 총무담당 보좌역에 선임했다고 인수위 관계자가 말했다. 당선인 보좌역은 정무담당 정두언 의원, 이춘식 전 서울부시장에 이어 3명으로 늘었다. 김 전 감사는 이 당선인의 재산을 관리해 왔으며 2001년 ‘e뱅크 코리아’ 설립을 추진할 당시 실무를 맡았다. 

글=고정애 기자 ,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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