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시조백일장>심사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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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中央時調白日場」에 투고하는 작품의 질이 해를 거듭할수록 향상되고 있음은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새해 들어 첫 심사를 하면서 입선에 든 작품들의 우열을 가리는 일부터가 힘든 것은 그만큼 작품 수준이 고르다는 얘기가 되겠다.
장원에 오른 한분순씨의 『가을 山門』은 우선 막힘이 없어 호감이 갔다.3수 연작이 아주 자연스럽게 짜였는데,종장 마지막 구를 모두 명사로 끝막음한 것도 재미있는 작법이었다.또한 차상을 차지한 김승호씨의 『설악을 다녀와서』도 마찬가 지였다.다만행을 자유시처럼 분절함으로써 멋을 부리려 한 듯하나 오히려 읽는데 부담을 주는 것이 하나의 흠이었다.이점은 한번 깊이 생각해 보기 바란다.
차하에 뽑힌 허정석씨의 『소명』은 시어 사용에 좀더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예컨대 「찰나」니 「연륜」등의 조금은 빛바랜 말이 결정적으로 낡은 감흥을 보탰다.
이밖에 입선에 든 엄동현씨의 『겨울나무』,서희자씨의 『고드름』,고태임씨의 『첫눈』등은 계절을 노래한 가작으로서 나름대로 빛을 발했다.
또 우리들의 어두운 현실을 노래한 박주익씨의 『석현공단에서』는 의욕에 비해 작품의 완결면이 조금 모자란 듯한 아쉬움이 있고,최용진씨의 『새벽 시장』은 종장 마무리가 너무 쉽게 처리된결점이 있다.이같은 조금씩의 결정적인 미흡함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수준은 많이 향상되고 있음을 목격한 것을 선자들은 기뻐한다. 〈심사위원:지성찬.박시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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