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작기행>D 엘킨트 著 "스트레스와 관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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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현대인은 온갖 스트레스에 싸여 하루하루를 생활한다.스트레스가늘어진 일상을 자극하는 양념이라는 말도 있지만 스트레스 자체는결코 유쾌하지 못하다.그런데 스트레스는 성인들의 전유물일까.아이들은 어떨까.그들은 마냥 즐겁기만 한가.아니 다.조금만 관심있게 둘러보면 아이들이 성인보다 스트레스로 심한 고통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결혼한 부부의 40%가량이 이혼하고 신생아 3명중 한명은 미혼모에게서 태어나는 현대 미국 사회에서 아이들의 위상을 본격적으로 조명한 『스트레스와 관계』(원제 Ties That Stress:The New Family Imbalanc e.하버드大출판부刊.19.95달러)가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파편화되고 분열된 현대사회의 희생자는 성인들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어린이들이라는 주장을 담고 있는 이책은 전통가정의 붕괴에 따른 대가를 아이들이 톡톡히 치르고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미국 터프(Tufts)대학에서 아동심리학을 강의하고 있는 데이비드 엘킨트(David Elkind)교수.그는 우선 현대 미국을 「포스트모던」(Postmodern)사회로 규정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엘킨트는 핵가족을 축으로 했 던 「모던」(Modern)사회와 확연히 구분되는 바로 지금의 이 시대를 포스트모던으로 정의한다.부모 양쪽이 모두 건재했던 20여년전과는 달리 현대의 드러난 특징은 부모가 한쪽밖에 없는 가정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그렇다고 그가 결손가정이 아이들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것은 아니다.단지 포스트모던 사회에 있어서의 부모와 자녀들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다.즉 뒤틀린 현대가정이 아이들에 미치는 부정적 측면에 메스를 들고 나선다.
그의 진단은 이렇다.현대의 부모들 대다수는 핵가족 시대의 자손들이다.그들은 60년대부터 90년대에 이르는 혼란스럽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운 시기에 성장했기 때문에 과거 부모들과는 달리 자식들에 대한 관심이 우선 적다.아이들에게 정서적 .물질적 안정을 제공하는 것이 부모의 책임이라는 생각도 별로 없다.게다가외부의 각종 위험으로부터 자녀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자신감도 부족하다.이에 따라 현대의 아이들은 이전 세대가 누렸던 보호막의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전만해도 부모들은 자식을 위해 어느 정도 희생을 감수했다.
아버지는 빵을 벌기 위해 직장의 고달픔도 이겨냈고 어머니들도 가정에서 자녀양육을 위해 개인적인 욕망을 옆으로 제쳐놓았다.그러나 사정은 완전히 달라졌다.자녀들을 위한 희생이 란 이제 구시대의 유물 비슷한 것으로 전락했고 자녀들을 위해 마지못해 살기보다는 차라리 이혼을 선택한다.자녀들의 요구보다 부모들의 이익이 우선권을 차지하게 된 것이다.
가정이란 더 이상 식구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식사를 같이하고 또 하루의 일과를 정리하는 곳이 아니다.마치 정해진 시간표에 따라 부모들과 자식들이 왔다 가는 기차역 같이 변질됐다.따라서자녀들은 「홀로서기」를 이른 나이부터 익혀야 한 다.그러나 문제는 아이들에게 그런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이것이 바로 혼란과불행의 씨앗이다.
그러나 엘킨트는 부모의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하는 50,60년대로 돌아가야 한다고는 하지 않는다.문제의 핵심은 가정에 대한시각에 달려있기 때문이다.대신 그는 아이들에 대한 성인들의 변화된 행동양식을 촉구한다.아이들의 요구와 어른들 의 욕구가 균형을 이루는 가정을 회복해야 한다는 것.자녀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물질공세가 아니라 부모들의 애정있는 배려와 관심이라는평범한 진리를 다시금 깨닫고 이를 실천할 시기라는 말이다.
〈朴正虎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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