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단상>파괴적 혁신 파도타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기술혁신은 「창조적 파괴」의 과정이다.도표로 그릴 경우 군데군데서 갑자기 끊기는 불연속선이다.연장선상에서 미루어 짐작하는예측이 여기서는 어려워진다.포천誌 선정 미국 5백大기업의 경우69년에 적자를 낸 기업은 11개였다.85년 70개,92년 1백49개,94년에는 2백개에 육박한다.기술과 시장의 변화에 대한 대응에서 실수를 범했기 때문이다.
개인용 컴퓨터(PC)가 처음 등장했을 때 IBM은 『진정한 컴퓨터메이커는 장난감을 만들지 않는다』고 고집을 부렸다.래디얼타이어가 선보였을 때 굿 이어등 타이어거인들은 미슐랭등에 코웃음을 쳤다.
캐논의 소형복사기 시장 창출을 제록 스는 그들의 대형복사기만믿고 한동안 못본 체했다.시어즈등 대형유통업체들은 거대조직을 거느린 채 경비와 서비스의 질을 줄이며 거드름을 피웠다.「파괴」의 과정에서 신설기업들은 얽매여야 할 전통이나 문화,조직도 없다.당장 살아남는 일이 전부다.이 절박감이 기회와 경쟁적 우위를 만들어낸다.
새 기술과 그 제품이 등장하면 기존기업들은 그들 고객의 눈치부터 살핀다.새 기술과 제품의 컨셉트(개념)를 고객이 거부하면어쩌냐는 걱정도 앞선다.고객의 취향은 변덕스럽다.일단 바람이 불면 금세 그쪽으로 몰려간다.고객을 생각하다 그 고객에게 배반당하는 소위 「경영의 패러독스」다.하드 디스크드라이브의 직경은14인치에서 출발했다.그러다 8인치에서 5.25인치,지금은 3.5인치다.새 기술을 어느 단계에서 취하고,어느 단계에서 버려야할지 그 판단이 쉽지 않다.
하버드大경영대학원의 조지프 바우어와 클레이턴 크리스텐센 두 교수는 「파괴적 기술」의 파도를 타는 요령으로 기술혁신의 「실적궤적(實績軌跡)」개념을 고안해냈다.새 기술에 따른 제품성능향상과정을 그래프상의 궤적으로 추적한다.소형복사기의 분당 복사속도,디스크의 저장용량 등이 그 예다.기존시장이 요구하는 성능의궤적보다 경사가 크게 가파를 경우 이를 「파괴적 전략기술」로 채택한다.한쪽 구석에서 시험적 새 시장을 창출한다.그 제품개발은 기존제품 라인과는 독립된 소조직 으로 운영한다.인텔이 메모리칩에서 마이크로프로세서 칩으로 점프한 과정이다.애플컴퓨터의 신제품 뉴턴의 실패는 이를 기존시장의 제품처럼 다룬데서 빚어진다. 파도타기는 어차피 모험이다.기존고객을 따돌리는 위험부담과장기적 안목,그리고 코앞의 관료적 기업조직의 저항을 극복해야 한다.거대기업들의 실패이유는 이쯤에서 자명해진다.
〈本紙칼럼니스트〉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