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과의 동침’ MB식 실용 인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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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8일 경기도 이천시 호법면 유산리 코리아2000 냉동창고 화재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8일 정치권 최고의 화제는 ‘충청권 총리론’이었다. 이명박 당선인이 심대평 국민중심당 대표와 이원종 전 충북지사 등 충청권의 대표적 인사들을 새 정부의 유력한 총리 후보로 검토 중인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서울 삼청동 인수위 사무실과 통의동의 당선자 비서실도 술렁댔다. 특히 대선 당시 무소속 이회창 후보를 지원한 국민중심당 심 대표의 기용설을 놓고는 ‘이명박스러운 구상’이란 평가가 나왔다. 인수위의 한 관계자는 “심 대표를 유력 후보군에 포함시키는 것은 기존 정치인들이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경쟁 후보의 선대위원장을 발탁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놀랍다”고 말했다.

 이 당선인의 인사작업은 ^국민화합 ^총선에서의 안정적 국정기반 확보라는 두 가지 목표와 떼서 생각할 수 없다. ‘경제 살리기’와 함께 ‘국민통합’을 기치로 내건 이 당선인에게 총리 인선은 자신의 진정성을 충청·호남의 서부벨트에 확인시킬 중요한 기회다. 총선 승리와 과반수 의석 확보를 위해선 충청권에 기반한 ‘이회창 신당’을 제압하는 것도 숙제다.

 이회창 신당의 간판급 인물인 심 대표가 총리가 될 경우 충청권 기반의 보수 신당은 출범부터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목표 달성을 위해선 비록 적진(敵陣)에 포진했던 인물이라도 과감히 뽑아 쓰겠다는 이 당선인 특유의 실용적 접근법이 이번 인사 구상에서도 드러난 것이다.

 ‘심대평 카드’가 현실화할 경우 충청권은 4월 총선 최대의 격전장이 될 전망이다. 정치적 생명을 유지하려는 이회창 전 총재 측과 이를 초토화하려는 한나라당 사이의 대충돌이 불가피하다. 두 진영의 충돌 과정에서 대통합민주신당 등 범여권도 어부지리를 얻으려 총력전을 펼 가능성이 크다.

 ‘심대평과 이원종’으로 상징되는 충청권 카드가 성사되려면 여러 관문이 아직 남아있다. 심 대표의 경우엔 본인의 결심이 가장 중요하다. 심 대표를 접촉한 이 당선인측 관계자는 “심 대표는 대선 때 한나라당에서 나온 국민중심당 비하 발언을 아직 섭섭해한다. 또 총리에 기용될 경우 충청도민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 대표 외에 또 다른 충청 카드로 꼽히는 이 전 지사의 경우에는 “중량감이 떨어지지 않느냐”는 이 당선인 주변 일부의 반대 기류를 불식하는 게 남은 숙제다.

 이 당선인의 한 측근은 “박근혜 전 대표가 지난해 12월 29일 이 당선인과의 단독회동에서 총리직에 대한 고사의 뜻을 밝히면서 ‘총선 승리와 국민화합’ 총리로는 심 대표가 가장 훌륭한 카드로 남았다”며 “박 전 대표가 8일 총리직 고사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만큼 심 대표를 영입하기 위한 접촉에 더욱 가속이 붙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측근은 “심 대표가 끝까지 고사하고, 이 전 지사의 기용도 여의치 않을 경우 대학총장이나 관료 출신의 ‘실무형 행정가’ 쪽으로 인선의 컨셉트를 바꿔야 할 공산이 크다”며 “이럴 경우 이 당선인이 애초에 그렸던 그림이 흔들릴 수 있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현재 심 대표와 이 전 지사 외에 거론되는 카드는 충남 공주 출신의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정도다.

 이 당선인 측에선 총리 후보 발표가 임박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당선인 측 관계자는 “이미 내부적으로 총리후보군은 2배수 정도로 좁혀졌다”며 “이르면 10일께 총리 후보자가 공개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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