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전 입각 제의 거절한 박근혜 “총리 제안 들어와도 안 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재경 대구·경북인 신년인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8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국무총리 직을 제안할 경우 고사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재경 대구·경북 신년 교례회에 참석, 기자들과 만나 ‘총리 제안이 들어와도 안 하겠느냐’는 질문에 “예”라고 짧게 대답했다.

그는 ‘공식적으로든, 비공식적으로든 총리 직을 제안받았느냐’고 묻자 “지난해 12월 29일 (이 당선인을) 뵈었을 때 구체적 얘기는 없었고 당선인이 ‘입각해 같이 일했으면 좋겠다’고 애기해 ‘당에 남아 일을 하겠다’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이 당선인이 지난달 회동에서 박 전 대표에게 입각과 중국 특사단장 직을 제안했으며 박 전 대표가 특사단장만 수용하고 입각은 고사한 것이다.(본지 1월 8일자 1면) 현재 이 당선인 측에서 박 전 대표에게 다시 총리 직 제의를 검토하고 있는 만큼 입각 제의는 총리 직 제안과 같은 의미로 해석된다.

그는 기자들이 ‘공식 제안이 들어오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묻자 “지난번(1월 2일)에도 말했듯이 정치발전이나 나라를 위해 할 일이 많고 그때도 당에 남겠다고 말씀을 드리지 않았느냐”고 답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자신의 기존 입장을 거듭 강조하면서 이명박 정부의 초대 총리 직을 맡을 의사는 없음을 분명히 했다. 결국 박 전 대표가 정권 초기 이 당선인과의 ‘정치적 동거’보다 당내에서의 정치적 입지 강화라는 선택을 한 것이다.

박 전 대표 측 인사들은 총리 직을 맡을 경우 공직자 사퇴 시한(선거 60일 전) 규정 때문에 박 전 대표가 4월 9일 총선에 출마할 수 없는 점을 총리 직 고사의 가장 큰 이유로 꼽는다. 일부 측근은 이 당선인 측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박 전 대표가 받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계속 총리 직 카드를 내밀어 ‘박 전 대표가 국정에 협조하지 않는다’며 궁지에 몰아넣으려는 의도 아니냐”는 것이다. 일각에선 “총리 직을 공식적으로 제안하지 않은 채 언론에만 계속 흘리는 걸 보면 총리 직 제안에 진정성이 없어 보인다”는 얘기도 나온다.

측근들은 박 전 대표가 거절의 이유로 내세운 “정치발전과 나라 발전을 위해 할 일이 남았다”는 말에 주목하라고 얘기한다. 박 전 대표는 중국 특사단장 직 수락과 별개로 “투명하고 원칙에 맞는 공천을 하라”며 공천과 관련해 이 당선인 측을 압박하고 있다. 한 핵심측근은 “이 당선인이 국정에 매진하는 동안 박 전 대표는 당에 남아 자신이 대표 직에 있으면서 완성한 당헌·당규상의 당권·대권 분리 원칙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 고 말했다.

이가영 기자

▶[J-HOT] '자유 신당' 창당하는 昌, 심대평 30분 독대 … 집안단속 나서

▶[J-HOT] 李측근 최시중 "朴, 기다린듯 금세 받을리가…"

▶[J-HOT] 昌 밀었던 심대평 카드 빼든 '이명박 발상'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