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경영 목표를 새로 설정하려 하는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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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호 31면

잭 웰치(72·오른쪽)는 전설적인 경영인으로 세계 최대 기업인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최고경영자(CEO)를 20년간 맡았다. 웰치의 아내인 수지 웰치(48·왼쪽)는 세계적 학술지인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편집장을 지냈다.

Q:수많은 신생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시장의 흐름을 바꾸겠다는 웅대한 목표를 갖고 회사를 출범시켰어요. 그러나 몇 년이 지나 되돌아보니 우리가 애초에 뜻한 만큼 목표가 달성되지 않았습니다. 새로 목표를 설정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중국 상하이에서 제럴드 맥래플린)

비전은 코끼리도 춤추게 한다

A:굉장히 솔직한 질문입니다. 사실 최고경영자(CEO)들은 “우리의 시장 접근 방식이 틀려먹었어. 방향을 바꿔야 할 것 같아”라는 말을 좀처럼 꺼내지 않습니다. 솔직하지 않기 때문이죠. 그리고 구체적이고 의미 있는 경영 목표를 설정한 CEO가 의외로 드문 게 사실입니다. 경영 목표를 외부 환경 변화에 맞춰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CEO를 찾는 일은 더 어렵습니다. 물론 비전이나 사시(社是)를 잘 만들어 놓았다고 해서 경쟁에서 이긴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반대로 그런 것 없이 성공하는 경우도 본 적이 없습니다.

너무 뻔한 이야긴가요? 우리가 지난 3년간 해마다 CEO 100명을 상대로 이틀 코스 세미나를 열지 않았다면 실태를 모른 채 ‘너무 뻔한 이야기’라고 치부했을 것입니다. 비즈니스 리더들이 비전이나 사시, 경영목표 등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몰랐습니다. 실제 세미나 첫해 우리는 단 30분 만에 회사의 비전과 사시 등에 대해 토론을 마치고 충분했다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세미나에 참여한 CEO 60% 이상이 회사의 비전이나 사시·경영목표를 갖고 있지 않았고, 80%는 임직원들이 회사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관한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해 놓고 있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이유는 뭘까요? 경영대학원 교수와 컨설턴트들이 수십 년간 이 주제를 우려먹는 바람에 회사의 비전과 사시 등이 마치 별 뜻이 없는 전문용어처럼 전락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실질적으로 그들 누구도 비전과 사시, 목표가 정확히 뭘 의미하는지 모릅니다.

“우리의 목표는 ○○ 업계에서 최고 회사가 되는 것이다” “우리의 사시는 탁월함과 성실함, 고객 서비스다”와 같은 모호한 문장을 근사한 액자에 넣어 벽에 걸어두는 데 불과한 게 현실입니다.

자, 이제 당신의 질문에 답할 차례군요. 어떻게 회사의 비전과 사시를 정하고 목표를
설정하는지를 알려드리겠습니다.

기본적으로 이는 비즈니스 리더인 당신이 시작해야 합니다. 회사의 목표를 끝까지 지켜야 하는 책임을 당신이 지고 있기 때문이죠. 먼저 시장과 자사 제품에 대해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들어야 합니다. 특히 당신의 비위에 거슬리는 말을 하는 사람과 고객의 의견을 경청해야 합니다. 많은 자료를 취합하고 충분히 이해해야 합니다. 그런 다음 당신 회사가 시장에서 경쟁해 어떤 방법으로 이길 수 있는지 선택해야 합니다. 여기서 명심해야 할 게 있습니다. 결코 말을 그럴싸하게 꾸밀 생각을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나이키의 오랜 비전인 “타도 리복”을 기억합니까? 맞는 방향이죠. 구글의 비전도 힘이 있습니다. “세계 최고의 검색엔진 업체가 된다”와 같은 허약한 목표를 세우지 않았어요. 대신 “세계의 모든 정보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어디서나 접근할 수 있고 유용하게 만든다.” 훌륭하죠. 영감을 주는 비전이죠. 무엇보다도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점이 돋보입니다.

회사의 비전을 설정한 다음엔 많은 직원을 참여시켜 사시를 만들어야 합니다. 내가 본 사시 중 최고는 ‘수퍼 스타를 절대 놓치지 마라’ ‘나쁜 소식일수록 고객과 동료에게 빨리 알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평범하고 무의미한 사시와 달리 이것들은 뭔가 의미하는 게 있어요. 행동을 촉발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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