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크로아티아 유엔 평화활동 중단 요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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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유고내전의 당사자 가운데 하나인 크로아티아가 돌연 유엔보호군의 철수를 요구하고 나온 것은 무엇보다 크로아티아내 세르비아系점령지역인 크라이나에 대한 이해관계 때문이다.
33개월을 끌어온 보스니아 사태가 세르비아系의 보스니아내 점령지를 인정하는 쪽으로 해결의 가닥을 잡아가면서 크로아티아로서는 자국영토의 30%가 넘는 크라이나 지역도 세르비아系에 넘어가지 않느냐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이에대 한 불안과 불만이 유엔보호군의 철수 요구라는 극단적 형태로 표출된 것으로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세르비아系와의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군사적자신감이 깔려 있다는 지적이다.
크로아티아는 지난 92년 세르비아系와의 전쟁 당시 화력에서 완전 수세에 몰렸었다.
세르비아系와의 휴전 이후 크로아티아는 비밀리에 군비증강에 박차를 가해왔다.크로아티아의 유엔보호군 철수 요청은 이제 세르비아와 대등한 수준의 전투력을 갖췄다는 자신감의 방증으로 해석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크라이나 지역의 세르비아系가 유고연방이나 보스니아내 세르비아系 주력부대로부터 지리적으로 고립된데다 비하치 지역의 전투에까지 투입되고 있어 크로아티아 혼자 힘으로도 실지(失地)크라이나를 회복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
이 경우 크로아티아에 있는 1만2천명의 유엔보호군은 오히려 성가신 존재밖에 되지 않는다.
비록 「종이 호랑이」라는 비난을 듣고 있지만 유고사태 해결에일정한 역할을 해온 유엔보호군이 크로아티아에서 철수한다면 유고내전은 다시 크로아티아쪽으로 불똥이 튀며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유엔 등 국제사회로서는 유엔보호군의 계속 주둔을 통해우선적 현안인 보스니아 내전의 해결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크로아티아의 불만을 어느 정도 수용할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크로아티아의 불만을 수용하는 것이란 크라이나에 대한 세르비아系의 기득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그러나 이는 보스니아 평화협상과 맞물려 있어 국제사회로서 입장을 정리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베를린=劉載植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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