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통화위기-섣부른 개방화의 시련사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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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멕시코의 경제위기가 환율을 지나치게 억눌렀다가 폭발한 것이라면 너무 성급한 금융.자본자유화로 화를 자초한 사례도 적지않다.핀란드.뉴질랜드가 대표적인 예다.반면에 이스라엘은 한차례의 실패를 교훈삼아 착실한 준비를 거친 끝에 개방과 자유화의 충격을 줄일 수 있었다.이들의 경험을 나라별로 살펴본다.
◇핀란드 80년대초부터 단행한 일련의 금융.자본자유화로 인해금융제도가 붕괴하고 소비와 투자가 격감하는가 하면 정부의 재정적자가 확대되는등 총체적인 경제위기를 겪었다.
개방화는 외국자본의 대거유입을 통해 국내에서 대출붐을 일으켰고,이는 다시 주식.부동산에 대한 財테크열풍으로 이어졌다.또 고정환율제에 집착하는 바람에 국내에 들어온 거액의 외화자금이 인플레요인으로 작용했다.
결국 중앙은행이 금융긴축으로 돌아서자 경기가 가라앉으면서 부동산.주식가격이 폭락했다.실업률이 3.55에서 20%로 뛰었고실업수당지급으로 재정부담이 급증했다.핀란드는 이같은 혼란을 정상으로 되돌려 놓는데 10년의 세월을 보내야했다 .
◇뉴질랜드 84년 노동당정부가 출범한 후 10개월간 금융자유화를 포함한 각종 규제완화와 개방화조치를 대거 단행했다.그러나경직된 노동시장과 재정적자문제를 해결하지 못한채 이루어진 개혁은 국내경제의 구조조정에 실패하면서 적지않은 부작용을 낳았 다. 85년 도입한 변동환율제와 해외자본의 유입으로 환율이 계속절상됐고 국내 주식과 부동산시장의 거품경제화현상이 진행됐다.또지나친 이자율 상승과 환율의 절상은 수출산업의 도산과 대규모 실업사태를 야기했다.
◇이스라엘 지난 77년 자유변동환율제의 도입을 포함한 대대적인 외환자유화조치를 단행했으나 인플레와 재정적자등 안정기조를 다지지 못해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그러나 85년 재정적자축소와 물가안정에 총력을 기울인 끝에 87년에는 재차 개방과 자율화를 추진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외환자유화의 경우 85년 안정화조치의 일환으로 달러에 고정된 환율을 몇차례의 평가절하를 거친이후 89년부터 환율변동폭을 일정범위내로 제한하는 밴드환율제를 도입했다.
그후 변동폭을 단계적으로 5%까지 넓힌 다음 91년말부터는 국내외 물가차이를 조정할 수 있도록 변동폭에 신축성을 두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이같은 점진적인 외환자유화를 통해 이스라엘은 해외자금의 급격한 유출입으로 인한 충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었다.
〈金鍾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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