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법 공무원들의 고리대금 비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새해 벽두부터 잇따르는 공무원 비리 소식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현직 검사의 사채놀이 사실이 전해진 지 하루 만에 이번에는 일선 경찰관 6명이 직권을 이용한 고리대금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들은 모두 법 기강을 세우고 집행하는 사법 공무원들이라는 점에서 국민의 입맛은 더욱 쓰다.

법무부의 징계를 받은 모 지방검찰청 소속 검사는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려 주고 연 30%의 이자를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검사는 재산을 축소 등록하기 위해 이자수입을 허위 신고하는 얄팍한 수까지 썼다. 뒤를 이어 들려온 서울 강남지역 경찰관들의 사채놀이 실태는 직권형 갈취 수법의 전형이다. 유흥주점 단속과정에서 알게 된 업주에게 돈을 빌려 주고 연 60%의 고리(高利)를 뜯어 왔다는 것이다. 이들은 고리를 보장하는 대가로 해당 업소의 불법 성매매 등을 방조하거나 비호해 온 혐의까지 받고 있다.

연 이은 사법 공무원들의 비리 소식은 ‘도덕적 불감증’이 사법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엿보게 한다. 검사가 누구인가. 법을 바로 세우는 양심의 보루가 아닌가. 경찰 또한 법집행을 담당하는 최일선 사법 공무원 아닌가. 이들이 돈에 눈이 멀어 비리를 마다 않게 되면 국민은 ‘도둑에게 집을 맡긴 꼴’이 되고 만다.

법무부는 품위를 훼손하고 재산 성실등록 의무를 어긴 책임을 물어 해당 검사에게 감봉 2개월의 징계를 결정했다고 한다. 비리 경찰관들의 경우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이라서 처벌 수위가 결정되지 않았지만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처벌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실정법에 따라 합리적인 징계 수위가 결정될 터이지만 국민은 이번에도 제 식구 감싸기식 솜방망이 징계로 끝나지 않을까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법 질서를 세우기 위해서라도 이번 사안이 흐지부지 처리돼선 안 된다. 사법 공무원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차원에서 일벌백계의 강도 높은 처벌이 마땅하다. 아울러 이번 기회에 사법 공무원들의 사채놀이를 비롯한 각종 직권 남용행위를 색출, 처벌하는 것도 검찰과 경찰에 대한 국민 신뢰를 높이는 방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