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즐기는 '부토 왕조' 후계자 빌라왈

중앙일보

입력

27일 사망한 파키스탄의 베나지르 부토 전 파키스탄 총리의 후계자로 그의 외아들 빌라왈 부토 자르다리(19)가 지명되면서 어머니의 죽음과 함께 향후 파키스탄 정국이라는 무거운 짐을 짊어지게 된 이 ‘비운의 황태자’에게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부토가 이끌던 파키스탄 최대 야당인 파키스탄 인민당(PPP)은 30일 부토 가문의 고향인 남부 나우데로에서 중앙집행위원회를 연 뒤 기자회견을 통해 부토의 아들인 빌라왈 자르다리가 어머니에 이어 PPP의 의장으로 임명됐다고 밝혔다.

당초 부토는 남편인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51)에게 당의 통수권을 넘긴다는 유언을 남겼으나, 자르다리는 “부토 집안의 정치적 전통에 따라” 아들인 빌라왈에게 의장 자리를 맡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PPP는 부토 전 총리의 아버지이자 1979년 처형된 줄피카르 알리 부토 전 대통령이 1967년 창당한 당으로 빌라왈이 의장이 됨으로써 부토 가문이 3대째 당을 이끌게 됐다. PPP는 그러나 빌라왈의 나이가 아직 어린 점을 감안해 아버지인 자르다리를 공동 의장으로 임명, 빌라왈을 보좌케 했다.

빌라왈은 이 기자회견에서 “나의 어머니는 언제나 민주주의가 가장 최고의 복수라고 말하셨다”며 파키스탄의 민주화를 위해 헌신할 것을 약속했다.

▲ 빌라왈, 태권도와 사격 즐기는 옥스퍼드 역사학도

빌라왈은 1988년 9월 부토 전 총리가 총선에서 승리해 이슬람 국가의 첫 여성 총리가 되기 한 달 전에 태어났다. 부토는 자신의 아들에게 ‘뛰어난 자(one without equal)’란 의미의 '빌라왈'이란 이름을 선사했다.

빌라왈은 유년 시절 대부분을 망명 중인 어머니를 따라 런던, 두바이 등에서 보냈으며 현재 어머니가 다녔던 대학인 옥스퍼드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있다. 그는 학교 내에서 자신의 신분을 감추기 위해 부모님으로부터 물려 받은 진짜 성 대신 자신의 이름의 철자를 거꾸로 만든 ‘라왈리브(Lawalib)’라는 성을 사용했으나 그가 가입했던 교내 기독교 클럽에서 그가 베나지르 부토의 아들이라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학우들은 그가 평소 크리킷과 사격, 승마, 태권도 등 다방면의 스포츠를 즐기는 밝고, 사교적인 친구라고 묘사했다. 그는 또 옥스퍼드 교내 토론 클럽의 회장으로 활동하는 등 리더십에서도 두각을 나타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아직 어리고 정치 경험이 없는 빌라왈이 어머니가 풀지 못했던 파키스탄 민주화라는 난제를 풀어낼 수 있는 적임자인지에 대한 논란은 아직 무성하다.

빌라왈이 대학 과정을 마칠 때까지 그를 대리, 보위할 아버지 자르다리는 평소 이권 사업에 개입해 커미션을 받아 챙겨 ‘미스터 10%’라는 별명을 얻는 등 ‘부패 정치인’이라는 이미지가 뿌리깊게 박혀 있다. 이에 따라 아직 대학교 1학년의 사회 초년생에 불과한 빌라왈이 거대 야당을 이끌기에는 너무 어리고, 또 새 지도자로 옹립된다 하더라도 아버지의 그늘을 벗어나기는 힘들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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