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영화는 중국 현실 찍고, 체제영화는 현실 회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2면

왕차오는 ‘럭셔리 카’로 2006년 칸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을 수상한 6세대 감독이다. ‘럭셔리 카’는 천안문 사태, 이농현상 등 격변기 이후 도시로 간 자녀들과 연락이 끊긴 부모들 이야기다. 왕 감독은 5년간 노동자 생활을 하다 27살에 뒤늦게 영화에 입문했다. 극빈가정 출신답게 어렵게 지낸 체험이 녹은 영화들을 선보였다. 영화평론가·소설가·시인으로도 활동했다. 천카이거 감독 밑에서 조감독을 지내기도 했다.

Q.5세대 대작 영화를 비판했는데.

“대작이어서 나쁜 게 아니라 풍부한 문화적 함의를 담지 못하는 게 문제다. 게다가 중국 영화의 80%가 극장 진입을 못하고 관객을 못 만난다. 부산영화제가 중국 독립예술영화들을 집중적으로 소개해주고 있어 한국 관객들이 중국 관객보다 중국영화를 더 많이 보는 실정이다. ‘럭셔리 카’도 칸 수상후 극장에 걸렸으나 오전 9시30분 하루 한 차례였다.”

Q.영화적인 관심사는.

“일반 서민생활을 중심으로 한 인간 문제다. 빈곤이 인간성을 어떻게 파탄시키는지, 반대로 경제 발전이 사람들에게 어떤 대가를 치르게 하는지 보여주고 싶다. 냉정한 현실주의다. 중국영화에 대한 세계의 관심은 중국이라는 사회 자체에 대한 관심이다. 빠른 성장 이면을 중국영화가 캐치해 보여주고 있어서다.”

Q.천카이거의 조감독을 지냈다.

“대학(베이징영화학교) 졸업 후 동료들은 전부 실업상태였다. 거대한 왕궁세트장에서 천카이거와 ‘시황제의 암살’등을 찍으며 진정한 중국의 현실은 이게 아니라고 느꼈다. 진정한 중국의 현실을 보고 개인적으로 성장한 계기가 됐다.”

Q.검열 완화를 피부로 느끼나.

“데뷔작 ‘안양의 고아’는 심사 통과 못할 것 같아 아예 지하영화로 찍었다. ‘낮과 밤’은 심사를 넣었기 때문에 결말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노컷 버전은 ‘다오반’(불법영상물)으로 나왔다. ‘럭셔리 카’는 심사가 통과됐다. 사실 사회비판 고발 수위는 ‘안양의 고아’와 다르지 않다. 정부 검열이 완화된 거다.”

Q.천안문 사태는 중국영화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89년 이전까지는 주로 지식인들이 말을 많이 했다. 89년 이후 지식인들이 침묵하자 독립영화인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천안문 사태는 지하영화가 진정으로 중국 현실을 바라보고, 체제영화는 더 현실을 회피하게 만든 분기점이 됐다.”

베이징=양성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