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특검 신속히 끝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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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이명박 특검법’이 어제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사상 처음 대통령 당선자가 특별검사의 수사를 받는 상황이 빚어지게 된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후보 시절 특검을 수용하겠다고 선언했던 만큼 불가피한 일일 수 있으나 향후 5년 대한민국이 나아갈 길의 청사진을 마련하고 기틀을 세우는 중요한 시점에서 국력 낭비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당선자가 자칫 특검에 발목 잡혀 정작 중요한 국가 대계에 소홀해진다면 국가적 손해가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당선자를 선택한 민심 역시 그런 사태를 원치 않는다.

 노무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함으로써 문제를 정치적으로 풀어 모든 국가 역량을 경제 살리기에 쏟아 부을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졌으면 하는 일부 바람도 있었으나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특검이 피할 수 없는 것이 된 만큼 이제 특검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위헌적 요소를 없애고 가능한 한 신속히 처리함으로써 국가적 낭비를 최소화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특히 특검이 정략적으로 이용돼서는 안 된다. 특검을 진실 규명 외에 내년 총선용 재료로 이용하려는 유혹을 버려야 한다. 이번 특검은 사실 과잉금지의 원칙, 삼권분립의 원칙, 영장주의 원칙 등을 어긴 위헌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미 헌법소원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까지 제출돼 있는 상황이다. 헌법재판소는 이에 대해 이른 시일 내에 판단을 내려야 한다. 특별검사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 동행명령제 등 위헌 논란이 있는 특검법 조항들을 운용의 묘를 발휘해 신중히 적용해야 한다.

 당선자 측에서도 적극 협조해야 한다. 이 당선자가 힘 있는 정책을 펼쳐 나가려면 의혹을 불식하는 게 중요하다. 당선자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자신이 무한책임을 지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많은 국민이 의혹의 눈길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진실이 당선자의 편이라면 특검이 그의 발목에서 의혹의 족쇄를 끊어줄 수 있다. 그래서 당선자가 보다 당당하고 힘 있게 새 시대, 새 대한민국을 열어 나가기를 국민은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