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미야마 히로시(小宮山宏.사진) 도쿄대 총장은 법인화된 일본 국립대 개혁의 선두주자다. 도쿄대는 지난달 초 개교 130주년을 맞았다. 당시 고미야마 총장은 교육.재무 등 7개 항목에서 총 44개의 구체적인 개혁 내용을 담은 '도쿄대 액션 플랜(Action Plan) 2007'을 발표했다. 지난달 12일 도쿄대 총장실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이 플랜에 대해 "도쿄대를 세계적인 고등교육과 연구의 핵심으로 만들기 위한 계획안"이라고 설명했다. 도쿄대는 지난해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선정한 세계 100대 대학 평가에서 16위를 기록했다. 서울대가 51위였던 지난달 영국 더 타임스의 평가에선 17위였다. 그가 추구하는 대학 개혁 방향은 무엇인지를 들었다. ( )안은 히라오 기미히코(平尾公彦) 도쿄대 교육 및 국제담당 부학장의 추가 설명이다.
-법인화 이후에 무엇이 가장 달라졌는가.
"전환의 스피드가 생겼다. 법인화법에 따라 아직 일부 규제가 있어 사립대보다는 덜 자유롭지만, 그래도 대부분은 정부와 사전 상의 없이 혼자 판단해 실행하면 된다. 돈만 있으면 새로운 강의나 연구를 자유스럽게 할 수 있다. 엄청난 '대학 패러다임의 변화'다."
-과거에는 일일이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했는가.
"잘 생각해 보면 법인화 이전에도 될 수 있는 것이 많았다. 그런데 매번 문부과학성과 상담해 허가 받는 것이 힘들어 대학 스스로 하지 않았다. 이제는 그러지 않아도 되자, 대학이 스스로 나서게 된 것이 가장 큰 변화인 것 같다."
-대학에 대한 사회의 시선은 어떤가.
"법인화 이후 사회는 더 이상 대학을 무조건 따뜻하게만 바라보지 않는다. 대신 사회에 대한 책임과 역할을 요구한다. 이런 점에서 지역에의 공헌은 매우 중요하다. 도쿄대도 지바(千葉)현에 있는 가시와(柏) 캠퍼스를 지바현, 가시와시, 지바 대학 등 지역과 협력해 국제적인 학술 도시를 만들 계획이다."
-총장 취임 후 '과제(課題) 선진국 일본'이란 용어를 자주 써왔다. 무슨 뜻인가.
"일본은 다른 어느 국가보다 빨리 에너지.환경.고령화.쓰레기.소가족 등의 문제를 겪고 있다. 일본이 앞장서서 이를 잘 해결하면, 세계에도 큰 도움이 된다. 대학이 이 문제 해결에 앞장서야 한다는 뜻이다."
-한국은 인문학이 위기다. 일본도 마찬가지인데, 도쿄대는 어떻게 대처하는가.
" 과학기술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인문학이 어려워진 것은 세계적인 추세다. 그러나 인문학은 매우 중요하다. 과학기술과 함께 인문학이 발전해야 한다. 학문 간 융합이다. 인류의 지식은 20세기 들어 매우 늘고 세분화됐다. 그러나 특정 분야에만 매몰되면 전체를 보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교양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대학 1~2년생들이 모두 속해 있는 교양학부에선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등 석학 13명이 담당 분야를 설명하는 특별강좌를 운영했다. 지금은 생명, 정보, 인간과 환경, 사회와 제도, 사상과 예술 등 분야별 특별 강좌를 개설했다."
-국제화에도 열심인데.
"일본 대학이 세계 속에 열린 대학으로 가기 위해선 국제화를 서둘러야 한다. 도쿄대에 탄탄한 국제화 인프라를 만들고 싶다. '영어로 공부하는 대학, 영어로 움직이는 병원, 초.중학교의 국제화'등 세 가지다. 돈을 빌려서라도 우수한 외국 학생과 연구원을 가족과 함께 초빙하고 싶다. 베이징(北京)에 사무소를 만들었고, 내년엔 한국에도 사무소를 만들 계획이다. 해외 사무소는 30여 개다."
도쿄=오대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