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아본 2007 펀드시장 … 중국 열풍 타고 "펀드 하나 주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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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지난해 재테크 화두가 부동산이었다면 올해는 단연 펀드였다. 연초부터 해외펀드 투자 붐이 일기 시작하더니, 국내 증시의 본격 상승세에 맞춰 2분기부터 국내펀드도 흥행을 시작했다. 우리나라 총 펀드 계좌 수는 지난해 말 1239만 계좌에서 최근 2120만 계좌(10월 말 현재)로 70% 이상 급증했다. 국내 가구 수가 1588만 가구인 점을 고려하면 1가구 1펀드 시대를 훌쩍 넘긴 셈이다. 펀드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각종 기록도 쏟아졌다. 주식형펀드 수탁액이 100조원을 넘어섰고, 연초 이후 수익률이 한때 100%를 넘어서는 펀드들도 생겨났다.

자산운용협회 최봉환 부회장은 “올해는 개인의 자산관리가 저축에서 투자로 한 단계 도약한 기간”이라며 “그러나 ‘묻지마 판매’나 ‘묻지마 투자’ 등이 판을 치면서 질이 양을 따라오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고 했다.

◆급성장한 펀드 시장=지난해 말 46조원이던 주식형펀드 수탁액은 최근 112조원까지 급증했다. 특히 해외펀드의 성장세가 눈부시다. 지난해 말 7조6000억원가량에 그쳤던 해외펀드 수탁액은 최근 48조원 이상으로 크게 늘었다. 증가율로 보면 530%를 넘어선다. 해외펀드 수도 지난해 말 47개에서 최근 316개로 7배 가까이 늘어났다.

펀드 시장의 급성장에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증시의 활황이 컸다. 게다가 4월 말 국회를 통과한 해외펀드 비과세 조치도 한몫했다. 해외상장주식에서 발생한 이익에 대해서는 국내 주식·펀드와 마찬가지로 세금을 물리지 않기로 하면서 해외펀드에 돈이 몰린 것이다. 때마침 중국을 중심으로 아시아 신흥시장 증시가 폭발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최근까지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88.51%, 인도 38.99%, 홍콩 35.32%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8월에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증시를 강타했던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도 펀드 열풍은 식지 않았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8월 한 달 동안 국내외 주식형펀드에 6조원, 9월에도 3조원이 꾸준히 들어왔다.

◆중국펀드로 몰려간 돈=해외펀드 중에서도 중국펀드의 성장세가 특히 두드러졌다. 지난해 말 3조원 남짓이던 중국펀드 설정액은 최근 17조원을 넘어서 5배 이상 급증했다. 연초 22개에 불과했던 중국 주식펀드 수도 11월 말 현재 104개로 대폭 늘었다. 중국펀드 열풍이 절정에 달했던 10월에는 해외펀드 투자금의 절반을 중국펀드가 차지하는 등 쏠림 현상이 심했다.

중국펀드는 그러나 10월 말 이후 중국·홍콩 증시가 급락하면서 수익률도 연중 최고보다 20% 이상 떨어졌다. 이 틈을 비집고 인도펀드가 올라섰다. 글로벌 신용 경색으로 전 세계 증시가 조정을 겪을 때 인도 증시만 나홀로 상승했다. 연초 이후 상승률은 인도펀드가 평균 55.26%를 기록해, 중국펀드 평균(48.84%)보다 높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펀드 상품 중에는 미래에셋차이나솔로몬이 66.84%의 수익률을 기록하는 등, 중국과 인도펀드가 수익률 상위 10위권을 휩쓸었다. 반면 기대가 높았던 일본(-11.11%)과 리츠 펀드(-17.74%)는 연초 이후 계속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해 체면을 구겼다.

◆미래에셋의 독주=미래에셋자산운용의 독주가 두드러진 한 해였다. 미래에셋의 펀드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말 8.6%(20조1594억원)에서 11월 말 15%(44조7460억원)로 증가하며 업계 1위로 올라섰다. 반면 지난해까지만 해도 1위였던 삼성투신운용의 점유율은 미래에셋의 절반 수준인 7.3%(21조8924억원)로 떨어졌다. 특히 주식형펀드 시장만 보면 미래에셋의 시장점유율은 30%에 가까웠다. 10월 말 출시된 미래인사이트펀드는 미래에셋으로의 쏠림 현상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경쟁 증권사에서도 ‘미래인사이트 팝니다’라는 현수막을 내걸 정도로 인기를 끌면서 출시 20여 일 만에 4조원을 끌어모으는 괴력을 발휘했다.

미래에셋펀드는 수익률도 두드러졌다. 18일 기준으로 국내 펀드에서는 미래에셋디스커버리가 연초 이후 57.63%의 수익률을 기록해 1위를 달리는 등, 5위권 중 3개가 미래에셋 펀드다. 해외 펀드는 사실상 미래에셋의 독무대다. 수익률 상위 10개 펀드 중 미래에셋이 아닌 것은 한국운용의 ‘한국월드와이드인디아주식종류재간접’(3위)과 동부운용의 ‘동부차이나주식’(6위) 단 둘뿐이다.

◆온라인 펀드몰 경쟁=올 5월 키움증권의 온라인펀드몰 ‘행가래(幸家來)’를 시작으로 증권사의 펀드몰 경쟁이 본격화됐다. 펀드몰이란 인터넷 사이트에 만들어 놓은 펀드 판매망이다. 기존 인터넷 쇼핑몰처럼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수백 가지 펀드 중 마음에 드는 상품을 골라 바로 가입할 수 있다.
 
키움증권 이후 미래에셋증권과 삼성·대우·한국·현대·우리투자증권 등 대부분의 증권사에서도 펀드몰을 만들었으며, 최근엔 대신증권·하나대투증권·굿모닝신한증권도 온라인 펀드몰 시장에 뛰어들었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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