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딸부잣집"MBC"이여자가.."通俗윤리 논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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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최근 안방시청자들 사이에 두가지 재미있는 논란거리가 생겨났다.시청자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있는 『딸 부잣집』의 둘째딸 차령을 굳이 독일인에게 시집보낼 이유가 있는지,『이 여자가 사는 법』의 시아버지는 며느리 친구와의 결합이 과연 가능한지가 바로 그 것.예전 같으면 엄두도 못낼 극중구도지만 시대의 진전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는 찬반양론은 바로 우리사회의 숨가쁜 세태변화를 표출하는 것 같아 더욱 관심을 끈다.
신토불이냐,우루과이라운드냐-.
KBS-2TV 주말연속극『딸 부잣집』에서 둘째딸 차령(하유미)을 놓고 독일인 칼 토마(이한우)와 대전남자 영식(송기훈)의대결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찬.반 양론으로 갈라진 시청자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최근 KBS드라마 제작국엔『외국인과의 결혼은 안된다』『칼이 거부당하면 너무 불쌍하다』는등 시청자 전화가 잇따르고 있어 제작진을 당혹케하고 있다.한 재미교포 여성은 제작진에 보내온 장문의 편지를 통해 외국인과의 결혼을 강력하게 반대 한 경우.이시청자는 『내나라 내민족의 발전을 위해 쓴다』면서『국제결혼으로인해 고통을 겪고 있는 한국여성이 셀 수 없이 많은 현실을 존중,얄팍한 백인남성우월주의에 휩쓸리지 말고 민족혼을 장려해주길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칼 토마와의 결혼을 찬성하는 의견도 만만찮다.10~20대로 보이는 젊은 시청자들은『칼 토마는 순수하고 한국인을 깊이 이해하는 외국인이다.이들의 결혼을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세계화추세에서 외국인과의 결혼이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는가』라며 『칼 토마와의 결혼을 밀어붙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제작진은 스토리 전개를 놓고 고민에 빠진 상태.『딸 부잣집』총책임자인 최상식부주간은『본래 칼 토마와의 결혼이 정해진 상태에서 영식은 갈등을 높이기 위해 잠시 등장했으나 예상외로 일리있는 반대의견이 적잖아 마음이 흔들리고 있 다』고 말했다. 한편 담당연출자인 이응진PD는『차령은 『딸 부잣집』의 전통과 질서를 지키는 한도에서 배우자를 선택하게 될 것』이라며『만약 칼 토마가 그 주인공이 되더라도 한국인 이상의 한국인이 돼야 가능할 것』이라고 말해 차령-칼 토마커플 구도의 가능성을암시하기도 했다.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60대 남자가 인생을 포기하기에는 너무 억울하지만 다시 시작할 용기 역시 부족한 40대 여자와 사랑에 빠진다.SBS-TV 주말연속극 『이 여자가 사는 법』에서백일섭(무섭 役)과 박정수(우정 役)가 펼치는 그레이 로맨스가안방극장의 화제다.문제는 60대 남자 무섭의 연인인 우정이 며느리 순애(이효춘 扮)의 여고동창생이라는 점이다.
지난 주말 세 사람의 관계가 확인되면서 극중에는 커다란 갈등이 빚어졌다.시아버지를 열에 들뜨게 한 연인이 누구일까 궁금해하며 신이 나 음식 준비를 하던 며느리 순애는 시아버지가 집으로 초대한 연인이 친구 우정인 것을 알자 태도가 돌변한다.충격을 받아 기절했다 깨어난 순애는 친구 우정이 돈을 노리고 시아버지를 유혹했다는 극언을 퍼붓는다.외로운 처지인 자신에게 무섭이 보여준 정성에 마음이 끌렸을 뿐인 우정은 친언니에게서까지 『돈이 그렇게 탐이 났냐』는 모멸스 런 소릴 듣는다.
우정이 재산 한 푼 제대로 못받고 이혼당한 사실을 고려하면 일반인들이 수긍할 만한 태도다.하지만 두 사람의 뒤늦은 로맨스를 순수하게 봐야 한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주변에서 실제 사례를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작가 서영명씨는 『 무섭과 우정을 결혼시켜야 한다는 시청자들의 요구가 많아 놀랐다』고 말했다.시청자들의 주된 불만은 오히려 다른 데 있다.지나친 코믹연기로 흐르다 보니 진지하게 내세운 주제의식이 흐려진다는 점이다.
코믹연기에 대한 시청자들의 질타로 고민 하고 있는 제작진은 『두 사람을 빨리 결합시키고 동창생에서 고부사이로 변한 순애와 우정의 새로운 인생살이를 그려내는 데 비중을 둘 방침』이라고 밝혔다. 〈李殷朱.李后男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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