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한의 남북經協 거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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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부가 며칠전 제시한 남북한(南北韓)경제교류 방안에 대해 11일 북한은 조평통(祖平統)대변인을 통해 공식적으로 거부 입장을 밝혔다.북한이 우리측 제의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리라고 예상했던 것은 아니지만 거부 이유로 내놓은 논리와 터 무니없는 비방을 보곤 실망과 환멸을 금할 수 없다.
지금까지 북한의 입장은 우리 정부는 따돌리고 자기네 구미에 맞게 남한의 기업들을 북한으로 불러들이겠다는 책략이다.최근 빈번히 나타나고 있는 북한 당국자들의 우리측 기업인 접촉 사례가그러한 의도를 분명히 내보이고 있다.
이번 북한의 거부는 남북한 당국자간의 접촉을 통한 교류를 하지 않겠다는 기존정책을 아직도 버릴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또 남한기업에 대한 개별적인 접촉은 그들의 전통적인 통일전선 전략과 맥을 같이 한다.그러한 의도는 조평 통과 그들의선전매체인 중앙통신을 통해 밝힌 거부 이유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남한이 「국제적 고립과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이라는 이유등을 들며 경제교류 전에 보안법을 철폐하라는 등의 정치 선전을 덧붙이고 있다.
이러한 북한의 태도는 물론 기본적으로 대남(對南)전략이 바탕에 깔려 있지만 북한주민을 겨냥한 대내(對內)정책의 일환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그러나 북한당국이 그러한 정책으로 남한의 기업인을 끌어들여 경제적 이득을 챙길 수 있다고 생 각하면 이만저만한 오산이 아니다.
현재 계속 증가추세에 있는 소규모 임가공(賃加工)거래는 유지되겠지만 북한이 진정 필요로 하는 대규모 투자나 기술교류는 정부차원의 접촉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투자를 보장하는 장치나 이중과세 문제등을 해결하는 당국간의 합의없이는 어느 기업도 대규모 북한진출을 꺼릴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도 북한이 환영하리라 예상하고 경제교류를 풀기로 한 것은 아닌만큼 발표한 정부방침에서 후퇴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다만 이처럼 북한이 순전히 정치적인 차원에서 경제문제를 접근하는 한 모두 서두르지 말고 차근 차근 대북(對 北)진출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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