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개혁하라" 목소리 높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대구.경북 지역에 농협 임직원의 임금 삭감 등을 요구하는 조합원의 목소리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이른바 '농협 개혁' 요구다. 조합원들은 "농민들이 수입 개방, 농가부채 급증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도 농협(중앙회와는 다른 회원농협)이 외면하고 있어 임금과 대출금리 인하 등 농협 개혁 운동에 나선다"고 주장하고 있다.

구미시 장천농협의 경우 이미 조합원 1천2백여명 중 9백여명이 조합원 탈퇴서를 내 농협이 해산 위기에 놓여 있다.

조합원을 대표하는 대의원협의회(회장 박병옥)가 지난해 말부터 요구 사항을 내걸고 조합 측과 6~7차례 협상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집단적으로 조합 탈퇴에 들어간 때문이다.

조합원들은 ▶조합장 등 간부 임금 4천만원 수준 인하▶대출금리 2~3% 인하▶노조 해산 등 6개항을 요구하고 있다.

장천농협의 조합장 연봉은 지난해 기준 6천8백여만원, 금리는 신용대출 9.5%(평균), 담보대출 6.8%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임금 인하 등을 놓고 간부.직원 노조의 반대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농협의 한 간부는 "연봉 산정 기준에 대한 입장 차이가 크고 무리한 요구가 많아 합의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의원협의회 박회장은 "요구 사항이 관철되지 않으면 조합 해산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농협법상 조합원의 과반수 출석과 출석조합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해산을 결의하면 출자금 등 지분환급.예금지급 등으로 해산 절차를 밟아야 한다.

장천농협에서 시작된 이같은 농협개혁 요구는 칠곡군 가산, 청도군 금천.매전.서청도.산서 농협 등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잇따라 집회 등을 열어 임금 인하 등 비슷한 요구를 하는 실정이다.

대구에서도 이같은 움직임이 일어 유가농협 대의원협의회는 오는 25일 집회를 갖고 농협 개혁을 요구할 예정이다.

이보다 앞서 농업경영인 달성군연합회는 지난 11일 군내 9개 조합장과 간담회를 갖고 농협과 조합원간 중재안 성격의 임금 삭감, 대출금리 인하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농협 개혁 요구는 한국농업경영인 구미시연합회와 한국여성농업인 구미시연합회 등 농민단체들이 가세하고 있어 앞으로도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황선윤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