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단상>IBM.애플 동맹 그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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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기업간 경쟁에 영원한 적도,영원한 동지도 없다는 말이 실감난다.3년전인 91년 여름 IBM과 애플의 전략제휴는 하이테크 산업사에 획을 긋는 일대사건이었다.어제의 적들이 새로운 공동의적에 맞서 손을 맞잡았다.
IBM은 PC(퍼스컴)분야 최대거인이었다.애플의 덩치는 IBM의 10분의 1이었다.창의적인 기업문화로 사용하기 편리한 PC를 개발,제2인자의 위치를 고수한「작은 고추」였다.
그러나 PC의 두뇌인 마이크로프로세서 칩과 그 운용시스템은 인텔및 마이크로소프트가 표준이었다.IBM과 애플은 칩 메이커인모토로라를 끌어들여「서머싯 동맹」을 결성했다.중세의 전설적인 아서왕이 서머싯에서 신하들과 원탁에 둘러앉아 그 리스도의 성배찾기에 몰두하듯 PC산업의 「성배」를 찾는 일이었다.
「파워PC」가 그「성배」였다.파워PC 칩은 명령단순화방식으로속도가 빠르면서 크기와 제조원가는 인텔 칩의 절반 수준이다.이단일의 기술 플랫폼에 IBM과 애플의 소프트웨어가 호환사용된다면 인텔-마이크로소프트 아성공략은 시간문제다.
파워 PC는 지난 봄 선을 보였다.애플은 3월부터 파워PC 생산에 착수,연말까지 1백만대를 시장에 내놓는다.
IBM도 생산채비를 갖췄다.
그러나 소프트웨어를 둘러싸고 둘은 불화에 빠졌다.IBM-애플동맹은「뇌사상태」란 말까지 나돈다.애플은 매킨토시 운용소프트를,IBM은 독자적인 OS/2 소프트에 미련을 못버린다.
정신이 따로인 하나의 몸체는 의미가 퇴색된다.합작회사 탤리전트가 공동의 운용시스템을 개발중이지만 여타 소프트웨어업체들이 응용프로그램을 만들어 공급해줘야 생명을 갖는다.파워PC의 시판규모 1백만~2백만대로는 우선 채산이 맞지 않는다 .
3자동맹을 성사시킨 IBM의 개스트너,애플의 스칼리,모토로라의 피셔등 세 최고경영자는 모두 퇴진했다.「제한된 동맹」을 향한 지루한 줄다리기가 진행중이다.「IBM봉건왕국에 제후(諸侯)노릇은 못한다」고 애플은 과민이다.
인텔-마이크로소프트 콤비는 서로의 제품으로 다져진 이 시대 전략동맹의 금자탑이다.인텔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운용시스템에 더욱잘맞게 칩 개발을 시도하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인텔 칩의 속성을 극대화하는 시스템개발에 주력한다.앤드루 그로브와 빌 게이츠의 입가에 회심의 미소가 감돈다.
〈本紙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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