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에듣는다>우울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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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입시를 앞둔 대입재수생이다.평소 겨울만 되면 입맛이 없고 체중이 감소하며 마음이 착잡하고 가라앉아 아무일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우울증은 겨울에 많다고 하는데 사실인지 궁금하며 그렇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고 싶다.
우울증과 이로 인한 자살이 겨울에 특히 많이 발생하는 것은 계절성 우울증이란 용어가 따로 있을 정도로 의학적 근거가 있는사실이며 이는 대뇌 깊숙이 위치한 송과선(松果腺)에서 분비되는멜라토닌이란 호르몬이 원인이다.
원래 멜라토닌은 개구리와 같은 하등동물에서 처음 발견됐으며 그동안 생체내에서 피부색깔을 조절하는 색소구실을 하는 것으로만알려져 왔다.그러나 멜라토닌 분비량이 눈을 통해 뇌로 전달되는빛의 양에 따라 변화하며 이로 인해 인간의 기 분이나 감정은 물론 수면까지도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이 밝혀져 멜라토닌은 일약현대정신의학상 최대관심분야의 하나로까지 떠오르게 됐다.
즉 겨울이 돼 일조량이 적어지면 멜라토닌 분비가 늘게 되고 이렇게 증가한 멜라토닌은 아직 잘 밝혀지지 않은 기전에 의해 우울증상을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결국 어두울수록 우울해진다는 결론이며 이는 진화론적 관점에서도 잘 설명된다.즉 수확기가 지나 먹을 것이 궁해진 겨울철에는될 수 있는 대로 우울상태에서 신체활동을 줄여 에너지소모를 막는 것이 진화 초기 인류의 생존을 위해 훨씬 유 리했다는 것이다. 오늘날 현대의학은 이러한 계절성 우울증환자에게 1만럭스이상의 강력한 빛을 인위적으로 쬐어 주는 광선치료를 시도해 좋은성과를 얻고 있다.또 멜라토닌은 인체내 각종 대사를 24시간 주기에 따라 일정하게 조절해 주는 생체시계의 역할까 지 맡고 있으므로 광선치료를 통한 멜라토닌 분비조절은 불면증환자와 시차적응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
다만 질문자의 경우 우울증이 우울해야 할 아무런 이유 없이도불쑥 발생할 수 있는 원발성(原發性)우울증이거나 과도한 수험스트레스로 인한 반응성우울증일 수도 있으므로 먼저 정신과의사를 찾아 정확히 진단받는 것이 중요하다.
〈정리=洪慧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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