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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판 '너는 내 운명'에 13억 중국인 울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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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단지 당신을 사랑할 뿐입니다. 당신이 무슨 병에 걸렸든, 무엇을 하다 에이즈에 걸렸건 그런 것들은 내게 중요하지 않아요."

두살 연상의 여자친구가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에 걸린 사실을 알고도 3년간 사랑을 저버리지 않고 결국 결혼에 골인한 중국 노동자의 순애보(純愛報)가 13억 중국인을 울리고 있다.특히 이 남자는 몇몇 병원이 에이즈 감염을 우려해 인공 수정을 거절하자 기꺼이 자연 임신을 선택해 또 한번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에이즈에 걸린 다방 종업원(전도연 분)을 사랑한 농촌 노총각(황정민 분)의 순수한 사랑 얘기를 담은 한국 영화 '너는 내 운명'을 떠올리게 하는 감동 스토리다.

중국 광저우(廣州)일보는 28일 아러(阿樂)이라는 남자와 베이베이(倍倍)라는 여성의 러브 스토리를 크게 보도했다.

두 사람은 3년전쯤 광둥성의 공업도시 둥관(東莞)에서 노동자로 일할 때 처음 만났다.아러는 베이베이에게 남자친구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호감을 갖기 시작했다. 잦은 만남으로 사랑의 감정이 무르익을 무렵 아러는 프로포즈를 신청할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베이베이가 먼저 "만나자"며 연락한뒤 에이즈 양성 반응이 나온 검사 결과를 보여줬다. 충격을 받은 아러는 1주일간 고민과 갈등을 했다. 결국 아러는 "내가 사랑하는 것은 당신이다. 당신이 무슨 병을 앓고 있든 상관없다.오랜 기다림 끝에 당신을 만났는데 지금 이순간에 당신을 버릴 순 없다"며 에이즈에 걸린 '여친'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그는 지금까지도 "어떻게 하다 에이즈에 걸렸느냐"고 한번도 묻지 않았다. 지나간 과거의 일을 캐보았자 아무것도 달라질 것이 없다고 판단도 했지만 무엇보다 이런 문제를 들추면 여친의 마음에 더 큰 상처를 줄까 걱정했기 때문이다.

아러는 "내가 그녀를 만난 뒤 지금까지 그녀는 나에게 잘 대해줬을 뿐아니라 친구와 가족에게도 잘했다.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녀의 어떤 점이 그렇게 좋으냐는 질문에 아러는 "그녀는 숨겨온 보배 같은 존재다. 성격이 낙천적이어서 같이 지낼수록 장점을 더 많이 발견하게 됐다. 나는 그의 단점 까지도 사랑하게 됐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올초 정식으로 결혼하고 나서 체외 인공 수정으로 아이를 낳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찾아가는 병원마다 "에이즈 환자가 시험관 아기를 낳더라도 에이즈 전염 위험이 있다"며 모두 거절했다.결국 아러는 "(체외 수정이 아니라 정상적인 부부 관계를 통해)자연 임신을 해서라도 우리 사랑의 결실인 아이를 갖고 싶다"고 말했다.에이즈 감염 위험을 무릅쓴 결단이었다. 현재 베이베이는 임신 7개월째다.

산부인과 진료를 위해 부부는 광저우 제8인민병원 에이즈환자 진료실을 찾았다. 이 병원 의사는 "남편이 에이즈에 전염될 확율은 50%다.그러나 현재 까지 태아와 남편 모두 에이즈에 감염되지 않았다"며 놀라워 했다.

순수한 사랑의 힘(Power of Love)이 기적을 낳을 것일까. 베이베이는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랑을 얻었다"며 눈물을 훔쳤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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