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알 낳을 줄 알았는데 … 벼랑에 선 위성DMB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3면

위성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사업자인 TU미디어 서영길 사장은 26일 오전 모처럼 희소식을 듣고 잔뜩 기대에 부풀었다. TU미디어에서 MBC 프로그램을 내보낼 수 있도록 하는 안건이 27일 방송위원회에 상정된다는 소식을 접했다. 하지만 그의 기대는 두 시간도 못 돼 무너졌다. 방송위의 최종 심의 계획에서 TU미디어 부분이 돌연 제외됐기 때문이다.

2005년 5월 방송을 시작한 TU미디어는 메이저리그 야구를 생방송으로 중계하는 등 차별화된 콘텐트를 내세워 ‘디지털 미디어족’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KBS·MBC·SBS 등 지상파의 프로그램을 내보내지 못해 가입자를 끌어 모으는 데 한계를 드러냈다.

서 사장은 7월 천신만고 끝에 MBC와 계약을 하고 방송위에 승인 신청을 했다. 하지만 방송위는 4개월이 지나도록 결정을 미루고 있다. 그러자 서 사장은 지난달 방송위와 국회에 지상파방송을 내보낼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탄원서까지 냈다. 서 사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고객들에게 곧 MBC 프로그램을 볼 수 있다고 약속한 지가 언제인데 너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위성 DMB가 좌초위기에 놓였다. 가입자는 7월 120만 명을 넘어선 이후 제자리를 맴돌고 있고 재무구조 역시 썩 좋지 않다. TU미디어는 그동안 다섯 차례에 걸친 증자를 통해 2866억원을 확보했지만 올해 말까지 2700억원의 누적 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뾰족한 대책을 세우지 않는 한 내년엔 자기자본을 모두 까먹을 판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주주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최대주주(32.7%)인 SK텔레콤의 시선도 따뜻하지가 않다. 최근 열리는 SK텔레콤 임원 회의에선 TU미디어 경영난을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졌다고 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경영상황이 바뀌지 않으면 TU미디어에 더 이상 증자를 할 수 없다는 논리가 우세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주주들의 움직임에 대해 서 사장은 “투자 결정이 쉽지는 않겠지만 지금까지 쌓아온 위성 DMB 기술과 서비스 기법을 쉽게 포기해선 안 된다”며 “우리가 준비 중인 자구 노력과 증자 계획을 제때 추진할 수 있도록 방송위가 지상파 전송 문제부터 풀어 줘야 경영난 해결의 물꼬가 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위성 DMB=위성 수신 기능이 내장된 휴대전화 단말기로 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서비스다. 우리나라에선 TU미디어가 유일한 사업자다. 현재 18개 비디오 채널과 20개 라디오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MBC·SBS 등 지상파를 공짜로 서비스하는 방송을 지상파DMB라고 한다. 또 SK텔레콤·KTF 등 이동통신사업자들도 최근 무선 인터넷을 통해 방송 프로그램을 내보내고 있어 위성 DMB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디지털미디어(DM)족=디지털 수신장치를 이용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영상·소리·문자 등의 콘텐트를 접하는 미디어 소비자. 디지털케이블TV 등 주문형(Demand) 미디어 서비스와 DMB 등 이동형(Mobile) 미디어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이 이에 해당된다.

<본지 5월 4일자 1면>

김원배 기자

[J-HOT]

▶ SKT·삼성전자도 "게임 사업에 베팅!"

▶ 휴대전화로 상품 정보 읽는다

▶ "시속 40㎞ 주행 가능한 수소 전지 개발"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