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 게임사업에 ‘베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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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의 조신 인터넷사업부문장(전무)은 출근하자마자 인터넷 온라인게임의 인기 순위부터 확인한다. 그는 인기 순위 상단에 오른 게임의 내용과 특징을 살펴 게임 사업의 방향을 가늠한다. SK텔레콤은 가입자가 휴대전화로 이용하는 모바일게임에서만 연간 100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 조 부문장은 “SK텔레콤의 전체 매출 중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미미하지만 성장세가 좋은 분야의 하나여서 투자를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처럼 최근 들어 대기업들이 게임사업에 팔을 걷었다. 회사 내 주요 경영진을 앞세워 사업을 펼친다. 삼성전자는 이기태 기술총괄부회장(CTO) 직속인 디지털솔루션센터에서 게임사업을 담당한다. 국내서 ‘던전 앤 파이터’라는 온라인게임을 2년여간 배급해 1000억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9월부터는 미국과 일본에만 선보였던 온라인게임 ‘붉은 보석’의 배급을 전 세계로 확대했다. 현재는 무료로 서비스 중이지만 조만간 유료로 전환한다. 이 부회장은 “게임은 삼성의 미래 고객들과 대면하는 서비스 산업인 만큼 잘 키워야 한다”며 매주 사업보고서를 챙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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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텔레콤은 2년 전부터 1000억원대의 콘텐트펀드를 만들어 골프게임 ‘팡야’를 개발한 엔트리브소프트라는 게임개발사를 인수하는 등 게임사업에 적극적이다. KT 역시 게임전문펀드에 투자했고 자회사인 파란에서 모바일게임을 직접 제작하고 있다.

 대기업들은 왜 앞다퉈 게임시장에 뛰어드는 것일까. 바로 ‘게임’이란 콘텐트의 ‘괴력’ 때문이다. SK텔레콤의 조 부문장은 “게임시장은 영화나 음악시장보다 더 커졌다”며 “게임은 SK텔레콤이 통신네트워크를 이용해 유무선으로 서비스할 차세대 사업”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권강현 상무는 “미래 고객인 젊은이들이 게임을 많이 한다”며 “게임을 통해 젊은이의 일상을 파악할 수 있어 다른 제품 마케팅에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게임을 활용할 수 있는 휴대전화나 MP3플레이어를 시판 중이다. 또 최근엔 게임개발사 등과 손잡고 게임을 할 수 있는 IPTV 셋톱박스 개발에도 착수했다. KT 역시 IPTV 서비스가 본격화하면 게임을 중요한 콘텐트로 활용할 계획이다. KT 관계자는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콘텐트로 게임만 한 것이 없다”며 “게임 이용자가 많아지면 자연스레 다른 콘텐트의 매출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CJ그룹은 게임포털 넷마블을 인수해 CJ인터넷이란 게임사를 설립해 한 해 1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국내 대기업이 속속 게임시장에 진출하면서 중소게임사 유통업체들의 입지는 상대적으로 좁아지고 있다. 웹젠의 김남주 사장은 “웬만한 게임은 제작 초기단계부터 큰 기업들이 입도선매를 하고 있다”며 “개발사들은 돈 많은 대기업을 선호하기 때문에 전문 배급사들이 설 자리가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대기업 관계자는 “자금력을 갖추고 세계시장에서의 마케팅 경험이 있는 기업들이 나서야 국내 게임산업의 개발 역량과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한편 국내 게임시장은 8조원대에 달한다. 매년 15~20%씩 성장하고 있다. 세계 게임시장은 900억 달러 규모다. 마이크로소프트(MS)나 소니 같은 회사들이 맹주로 군림하고 있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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