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키즈] 어린이집 보내기엔 너무 어리다? “일찍 시작할수록 교육 효과 커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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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만 3세 무렵의 자녀를 둔 엄마들의 마음은 11월이면 괜스레 바빠진다. 대부분의 유아교육기관들이 이달 중 교육설명회를 열고, 12월 1일이면 내년 3월 입학할 원아들을 모집하기 때문이다. 입소문이 괜찮고, 선착순으로 접수하는 어린이집·유치원의 경우에는 새벽부터 줄을 서야만 한다. 내 아이에게 딱 맞는 양질의 교육기관을 고르고 싶어하는 바람은 어느 부모나 간절할 터다. 그러나 남들이 좋다는 쪽으로만 휩쓸리다 보면 정작 유아교육이 왜 필요한지, 좋은 교육기관을 택하려면 무엇을 따져봐야 하는지는 빠뜨리기 쉽다.

 세계적 유아교육 전문가인 에드워드 멜휘시(사진) 교수를 만났다. 23일 열린 환태평양유아교육연구학회 한국학회(회장 이원영 중앙대 교수) 국제세미나에서다. 영국 런던대 버벡 칼리지 심리학과에 재직 중인 멜휘시 교수는 영국의 유아교육 정책을 돌려놓은 주인공이다.

영국 정부는 1999년 그가 총괄한 ‘효과적인 유아교육 정책(EPPE·The Effective Provision of Pre-school Education)’에 영향을 받아 영·유아 보육과 교육 업무를 보건부에서 교육부로 넘겼다. 올해는 교육부 명칭을 아예 아동·학교·가족부로 바꾸며 영·유아 교육에 더욱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양질의 유아교육기관이란 아이를 먹이고 입히고 보살피는 ‘보육’뿐 아니라 발달과정에 맞는 적절한 ‘교육’이 이뤄지는 곳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유아교육, 왜 그렇게 중요한가.

 “선진국들은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성인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이나 반사회적 행동, 약물남용 등과 같은 문제의 원인이 영·유아기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2000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제임스 해크먼(시카고대) 교수도 ‘가장 중요한 정신적·행동적 패턴이 영·유아기에 한 번 정해지면, 아동이 초등학교에 들어간 뒤 그것을 바꾸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커서도 좋아질 수 있지 않나.

 “해크먼은 다양한 연구자료를 분석한 결과 학교를 다니는 동안이나 졸업한 후보다 영·유아기 때 교육적 투자를 했을 때 수익률이 훨씬 더 높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물론 질 낮은 유아교육을 받았다고 해도 초등학교에서 중간 수준이나 그 이상의 교육을 받으면 더 나아졌다. 좋은 초등학교도 좋은 유아교육기관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대다수 국가들은 여전히 대학 교육에 가장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다.”

 -당신이 책임을 지고 추진한 EPPE의 내용은 무엇인가.

 “97년 시작돼 15년 계획으로 지금도 진행 중이다. 각기 다른 질과 형태의 유아교육을 받은 만 3세 무렵의 유아 3000명을 정기적으로 만나면서 관찰하고 있다. 유아교육이 인지능력과 사회성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지, 효과가 있다면 어떻게 얼마나 지속되는지 등을 살펴보는 내용이다.”

 -결과가 어땠나.

 “질적 수준이 높은 유아교육기관에 다닌 유아들이 초등 2, 3학년이 됐을 때 그렇지 못했던 유아들보다 언어능력·독해력·수리력 등 여러 면에서 앞섰다. 독립성·협동성·사교성 등도 마찬가지였다. 소외계층 유아들에게는 더 효과가 컸다. 우리는 저소득층 부모에게 1년에 1만7000파운드(약 3290만원)를 주는 것보다 유아 1명이 1년간 유아교육기관에 다닐 수 있도록 2500파운드(약 484만원)을 지원하는 것이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 정부에서 이를 받아들여 2004년부터 만 3~4세 유아에게 무상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한국 엄마 중에는 아이가 너무 어리다는 이유로 교육기관에 보내는 것을 꺼리는 사람도 많다.

 “만 2세부터 유아교육의 혜택을 받길 권한다. 유아교육기관에 다닌 기간이 길수록 효과는 더 크게 나타난다. 다닌 기간이 같다면 질이 더 높은 쪽을 다닌 경우가 더 큰 효과를 봤다.”

 -양질의 유아교육기관이란.

 “아이가 말하고 행동하는 것에 대해 교사가 적절한 반응을 보여주는지, 그래서 상호작용이 활발히 이뤄지는지를 눈여겨봐야 한다. 교사가 자신이 가르치는 내용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아이들에게 갈등 상황이 닥쳤을 때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가르치고 있는지 등도 점검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일단 아이가 날마다 해당기관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면 합격이다. 질 높은 곳에 보냈다고 끝나는 건 아니다. 가정에서도 얼마나 아이와 상호작용하는지가 남아 있다. 맞벌이 엄마의 경우 시간이 없다고 걱정하지 말고, 매일 저녁 단 10분이라도 아이에게 몰입하고 반응을 보여주는 성의가 있으면 된다. 초등학교에 갔을 때 아이들이 공부를 잘하는 이유를 알아본 결과 이런 요인들을 고루 갖추고 있었다. 부모가 누구냐보다 부모가 아이에게 무엇을 어떻게 해주느냐가 훨씬 중요하다. 엄마와 아빠, 교사의 질적 수준이 아이의 미래를 결정한다고 보면 된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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