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르는지방자치시대>6.민관공동사업 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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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전남장흥군의 표고버섯 재배농민 2백10명은 어엿한 주주(株主)다. 92년4월 민.관공동사업인 제3섹터로는 전국 최초로 설립된 장흥표고 유통공사의 창업주들로 4억원의 자본금중 40%를투자(60%는 군청)한 제법「큰 손」이다.
『유통공사가 설립되기 전에는 제값을 못받았어요.중간상인들의 농간에 가슴을 태우기도 했지요.』 공사 직원 문영배(文英培.40)씨는『유통공사 자체는 기반투자 때문에 아직 적자신세지만 농민들의 수입은 공사 설립전인 90년 29억원에서 지난해에는 56억원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표고버섯 수확량도 90년 2백7t에서 지난해 3백20t으로 55%가 늘었다.
관청의 행정경험과 민간의 창의력이 갖는 장점을 함께 살리려는민.관공동사업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당면문제는 판로확보이며 현재 전국적으로 44개소의 거래선을 확보하고 있다.11월중에는 서울서초구방배동에 24평 규모의 직판장을 열어 수도권지역의 판매거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판로확대를 위해 해외시장을 탐색하고 있지요.일본과 동남아에서 장흥표고의 인기가 높아요.장흥지방의 토양에는 유황화합물이 다량 함유돼 있고,여기서 자란 참나무는 탄닌.알피넨.테라핀등 방향성분이 많아 표고버섯이 향기롭고 탐스럽기 때문 이지요.』 지난해 일본에 2억원어치를 수출했다고 밝힌 이진화(李進化.56)사장은『홍콩과 싱가포르등 동남아로 수출선 다변화를 꾀하고 있으나 국제무역에 밝은 전문인력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또 대전시에서는 청소차를 보거나 청소차의 타종소리도 들을 수 없다.
시민들이 모두 잠든후인 오전 3시부터 수거작업에 들어가 수거원들이 직접 골목길의 쓰레기통을 치우기 때문이다.
낮시간에 쓰레기를 수거.운반하게 되면 먼지가 날리고 교통흐름에도 방해가 되기 때문에 힘들지만 새벽에 일을 끝마친다.
관청아닌 민.관공동회사가 청소를 맡으면서 달라진 모습이다.
대전의 민.관공동투자회사인 한밭개발공사(93년2월 설립)이상길(李相吉.45)관리부장은『쓰레기를 깨끗하게 처리하는 것이야말로 시민이 주인인 지방공사가 할 일』이라고 이 사업을 하게된 경위를 설명했다.
대부분 지방공사가 지방자치단체와 주민의 이익증대 사업에 매달리고 있는 반면 한밭개발공사는 쓰레기처리.재활용등 환경사업에 역점을 두고있다.
환경보전과 폐기물의 처리는 앞으로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이 스스로 해결해나가야 할 최대 현안이기 때문에 공익차원에서 우선사업으로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지난6월에는 유성구고금동에 2010년까지 쓸 수 있는 17만2천5백평의 대규모 매립지를 확보했고,여기에 소각장.재활용센터를 설립해 복합폐기물처리단지화할 계획이다.
박영목(朴永睦.62)사장은『2000년대에는 환경산업이 각광받을 것』이라며『앞으로 경험이 축적되면 중국등 아시아지역의 환경시설사업에도 진출할 계획』이라고 의욕을 보였다.
한편 광주시는 교통관리공사를,춘천시는 경강종합관광개발공사를,김제시는 모악산개발공사를 각각 민.관합동으로 출범시켰으며 주식회사 형태의 경북통상과 경남무역도 활발하게 사업을 추진중이다.
이처럼 제3섹터가 수익성과 공익성으로 각광받자 지방공사의 설립을 추진하는 자치단체가 속속 늘고 있다.
속초시는 설악산에 모노레일을 설치하는 사업을 민.관공동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설악산은 진입도로가 좁아 쉽게 북새통이 되고자동차매연과 음식쓰레기에 의한 환경파괴도 심각하다.
그러자 속초시민들이『모노레일만으로 통행하게해 환경도 보호하고관광객편의도 돕자』며 모노레일 설치작업을 추진키로한 것.
현재 지역주민과 상공인이 설립한 향토기업이 자본금의 49%를출자하고 속초시가 51%를 보태 출범할 계획이다.
황돈태(黃燉泰)부시장은『민.관합동법인이 설악산과 동해를 연결한 종합관광지 사업을 하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두천시도 지역특성을 이용해 사계절 눈썰매장과 삼림욕장을 갖춘 종합관광단지를 민.관공동출자사업으로 추진키로 했다.
이처럼 행정과 기업노하우 접목이란 강점을 가진 제3섹터로서의지방공사들이 무지개빛 청사진을 그리며 떠오르고 있지만 언제나 성공을 보장하는 것만은 아니다.
일본의 경우 홋카이도에만 2백51개의 제3섹터가 있지만 이중17%인 42개가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이 가운데 아시베츠시가 민.관공동으로 설립한「캐나디언 월드」가 4백77억원대의 적자를 남겼는데 이는 결국 시민들의 빚이 되고 말았다.
의욕과잉으로 무모한 투자를 한데다 관(官)의 성격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해 상황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한 때문이다.
바로 이점이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 제3섹터 사업이 타산지석으로 삼아야할 부분이다.
[특별취재팀=朴鍾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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