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진 이웃 돌보고 윤리·환경 경영 힘쓸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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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대구은행이 올해로 창립 40주년을 맞았다. 대구은행 CEO 이화언(63·사진) 행장을 만나 은행 경영과 침체된 대구 경제의 길을 물었다. 이 행장은 “환경과 윤리 경영을 중시하는 지속가능경영이 세계의 트렌드”라고 강조했다.

-창립 40주년이다. 장년 대구은행은 건강한가.

“대구은행은 외환 위기 때 공적 자금을 안 받고 살아남은 거의 유일한 은행이다. 현재 지표는 우량 은행이다. 수익성은 최우량, 자산건전성은 세계적인 수준, BIS 자기자본비율도 선진 수준에 가깝다. 시장 점유율은 43%나 된다. 시민들의 사랑이 절대적이다.”

-지역민의 절대적인 사랑에 대구은행은 뭘 하는지 모르겠다는 말이 들리는데.

“그렇지 않다. 대구은행은 이익을 직원끼리만 나눠 먹지 않는다. 경영 이념이 ‘꿈과 풍요로움을 지역과 함께’다. 지난해 우리는 사회 공헌에 순익의 4%인 96억원을 썼다. 국내 은행 중 가장 높은 비율이다. 직원들은 급여에서 일정액을 떼 올해도 어려운 이웃에 연탄 18만장을 전했다. 또 DGB봉사단은 재난 현장과 난치병환자·소년소녀가장 등을 6년째 돕고 있다.”

-행장이 된 뒤 전 직원에게 70만원짜리 여행가방을 하나씩 돌려 화제가 됐는데…. 창립 40주년엔 무얼 선물했는지.

“틈 나면 일본·홍콩·중국 등지로 나가 글로벌 마인드를 담아 오라고 가방을 선물했다. 이번엔 몽골과 인도·사이판 등지로 직원을 700명쯤 내보냈다. 몽골 별빛 아래서 징기스칸 제국을 떠올리고 점차 걸음이 빨라지는 인도를 느끼라는 뜻이다.”

-지속가능경영의 중요성을 자주 언급하는데.

“수익만 강조하는 재무경영에다 윤리경영과 환경경영을 더한 개념이다. 새로운 트렌드다. 수익을 아무리 많이 내도 회계 부정 등 윤리가 잘못되면 미국의 엔론처럼 하루 아침에 망할 수 있다. 또 도요타는 친환경 하이브리트카를 개발하면서 기술력을 쌓아 GM·포드를 제쳤다. 윤리·환경 경영은 한가한 이야기가 아니다. 대구은행은 지난해 10월 UN의 지속가능경영 기구에 가입했다. 우리는 ‘환경경영 대상’(2005년, 서울대) ‘윤리경영 대상’(2006년, 열린경영연구원)을 이미 받았다. 대구텍의 모세 샤론 대표는 이런 사실을 알고 거래은행을 최근 우리한테로 옮겼다.”

-대구 경제는 어떤 길을 가야 하나.

“소득과 소비·저축 지표는 대구가 상위다. 제조업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미국이 우리나라에서 법률서비스·컨설팅 등 3차산업으로 돈을 벌듯 대구도 그런 쪽으로 허브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교육과 의료·뮤지컬·금융 등은 경쟁력이 있다. 영국과 같은 금융·서비스 지향이 출구다.”

-왜 서울에서 대학을 나와 대구은행에 들어왔나.

“고려대 경제학과 동기 80명 중 35명이 은행을 들어갔다. 당시엔 은행이 최고의 직장이었다. 고향인 데다 신생 은행이어서 모험을 했다. 공채1기로 운 좋게 행장까지 올랐다. 동기들 중 행장은 나 혼자다. 결국 잘한 선택이었다.”

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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