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록 그룹 ''스타세일러''와 함께 포즈를 취한 박찬욱 감독(오른쪽에서 둘째).
스타세일러는 박 감독의 열혈 팬이다.
특히 드러머 벤 번이 그랬다. 그는 15일 한국에 오자마자 호텔 주변 매장에서 ‘올드보이’ DVD를 샀다. 감독의 사인을 받기 위해서였다.
이들의 인연은 박 감독이 ‘올드보이’ 예고편에 스타세일러의 ‘브링 마이 러브(Bring My Love)’를 사용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스타세일러는 ‘브링 마이 러브’를 예고편에 넣고 싶다는 감독의 요구에 흔쾌히 응했고, 멤버들 또한 박 감독의 영화에 빠지게 됐다.
박 감독이 대기실에 들어서자 멤버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벤 번은 구입해 둔 DVD를 내밀며 감독의 사인을 받았다. 감독도 자신이 가져온 스타세일러 1집 앨범 CD에 멤버들의 사인을 받았다. 감독이 “내 영화에 곡을 쓰게 해 줘서 고맙다”고 하자, 멤버들은 “우리의 곡을 선택해 줘서 오히려 영광”이라고 답했다.
스타세일러는 파격적인 제안도 했다. 내년 4월 발매될 4집의 음원을 박 감독에게 미리 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감독이 다음 영화에 우리의 곡을 쓴다면 조건 없이 허락하겠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영화의 컨셉트와 노래가 맞는다면 반드시 쓸 것”이라고 대답했다. 또 “1집 프로듀서 스티븐 오스본이 새 앨범에 참가한다고 하니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스타세일러는 이날 잔뜩 고무된 채 무대에 올랐다. “공연 전 박 감독을 만나서 기뻤다”며 그들을 연결해 준 ‘브링 마이 러브’를 열창했다. 감독도 끝까지 자리를 뜨지 않았다. 스타세일러는 한국을 떠나며 공연 관계자에게 “박 감독의 다음 영화 제목이 ‘스타세일러’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농담을 남겼다. 그리고 그룹 공식 홈페이지에 박 감독과 찍은 사진을 올렸다.
사실 음악과 영화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 소문난 음악광인 박 감독과 스타세일러의 만남은 한 편의 단편영화 같았다. 또 국경을 뛰어넘는 자유의 록음악이었다. 그렇게 세상은 좁아지고 있다.
정현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