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웰빙] 푹 곤 돼지갈비 … 남국의 보양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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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것이 곧 약'이라는 의식동원(醫食同源)하면 바로 떠오르는 음식이 있다. 중국식 돼지갈비탕인 바쿠테(bakkuteh)다. 싱가포르나 말레이시아의 푸드 코트에 들어서면 여행에 지친 몸을 유혹하는 은은한 약재향이 난다. 코끝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향을 따라 가만가만 가보면 하얀 김이 오르는 큰 솥에서 잔잔하게 끓고 있는 바쿠테가 있다. 먹지 않고 냄새만 맡아도 몸과 마음 구석구석으로 약재가 스며드는 느낌이다.

바쿠테는 중국 요리의 영향을 받은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의 일상식이다. 약재를 달인 물에 돼지고기와 간장을 넣고 끓인 탕이다. 고기와 뼈를 건져내고 국물만 마시기도 하고 밥을 곁들여 식사하기도 한다.

탕 안에 유부(두부 튀김)나 유조(밀가루 튀김)를 넣어 먹기도 하고 콩소스나 매운 고추를 곁들여 색다른 맛을 즐기기도 한다. 칼칼하게 매운 맛을 원하면 다진 매운 고추를 듬뿍 넣고, 가벼운 한끼 식사라면 유조를 넉넉하게 넣어도 된다.

말레이시아 조호르바루의 바쿠테 전문식당에선 속이 깊은 솥에 10여 가지의 약재와 허브를 망주머니에 넣고 푹 끓인다. 그 국물에 돼지갈비를 넣고, 삼겹살.안심 등 살코기와 내장까지 첨가해 갈빗살이 뼈에서 흐물흐물 빠져 나올 때까지 은근하게 끓인다.

탕 그릇에 담긴 바쿠테는 검은빛 국물 속에 씹지 않아도 될 것 같은 살점들이 먹음직스럽게 자리하고 있다. 냄새만 맡아도 힘이 절로 날 것 같은 약재와 허브는 덤으로 고기 누린내까지 없앤 모양이다. 바쿠테에 다진 고추를 넣고 한술 떠보니 기름을 말끔하게 걷어내 느끼함이 전혀 없다. 쌀밥을 곁들이니 갈비탕 못지않은 푸짐한 한끼 식사가 됐다.

점심 시간은 물론 이른 아침엔 원기 회복(해장)용으로, 늦은 밤엔 야식용으로 바쿠테를 찾는 사람들로 종일 줄을 잇는다. 평생 바쿠테를 끓이고 있다는 주인 할머니가 권하는 중국차를 마시는 것으로 아쉽지만 검은 빛의 바쿠테 맛을 정리하고 일어선다.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바쿠테를 취급하는 음식점이 없다. 그렇지만 평소 쇠고기 갈비탕에 능숙한 솜씨를 발휘해 온 우리 주부들이라면 쉽게 따라 만들 수 있다. 또 보양식이라는 유혹을 쉽게 물리치지 못하는 한국 남편들의 정서를 감안해 한 번만 맛보인다면 "다음에 또 해먹자"는 요구가 빗발칠 것이다.

글=백지원(동남아요리전문가)

사진=변선구 기자

◆ 에스닉 푸드(ethnic food)란

사전적 의미론 '민속음식'이지만 주로 인도.태국.베트남 등 제 3세계의 전통 요리를 말한다.

*** 바쿠테 <싱가포르.말레이시아> 따라 만들기

▶난이도=중

▶요리 시간=2시간30분

▶기본 재료=돼지갈비 2㎏, 삼겹살 6백g, 돼지고기 사태 6백g, 물 8ℓ

▶향신료=구기자 1/2컵, 감초 1/3컵, 대추 12개, 산초 1/2큰술, 정향 1큰술, 팔각 8개, 계피(8㎝짜리) 3개, 진피 5큰술, 마른 표고버섯 8장, 통마늘 8통

▶양념재료=간장 1컵, 중국간장 1/2컵, 설탕 1/3컵, 죽염.후춧가루.다진 청양고추 약간씩

▶만들기=① 통마늘을 뺀 향신료를 망주머니에 넣고 무명실로 끝을 묶어 큰 솥에 넣고 물과 함께 끓인다. 처음엔 센 불로 끓이다 끓기 시작하면 불을 줄여 은은한 불로 30분 더 끓인다.

② 갈비는 적당한 크기로 썰고, 돼지고기는 덩어리째로 30분간 찬물에 담가 핏물을 뺀다.

③ 솥에 돼지고기.통마늘을 함께 넣고 2시간가량 뚜껑을 열고 기름과 거품을 걷어내며 은근하게 끓인다. 시간이 끝날 무렵 간장.설탕.후춧가루.죽염으로 간을 맞춰 한 번 더 끓인다.

④ 뜨거운 솥째로 찬 곳에서 하루 정도 식힌 후 굳기름이 생기면 잘 걷어내고 고기는 한입 크기로 썬다.

⑤ 상에 내기 전에 국물을 뜨겁게 데워 갈비와 고기를 함께 담아 낸다. 다진 청양고추.죽염.후춧가루를 곁들여낸다.

■ 서비스 팁 하나=한꺼번에 많이 해야 진하고 깊은 국물맛이 납니다. 우리의 곰국처럼 두고 먹을 수도 있어 12인분을 기준으로 한 양입니다.

■ 서비스 팁 둘=갈비는 기본으로 준비하고 다른 부위는 기호대로 선택합니다. 향신료나 약재는 기호에 맞춰 양을 조절해도 좋습니다.

■ 서비스 팁 셋=향신료와 약재를 끓일 동안 고기의 핏물을 빼면 요리 시간을 줄일 수 있어요.

■ 서비스 팁 넷=오래 끓이는 국물 요리인 만큼 심심하게 간을 맞추고, 각자 간을 추가할 수 있도록 죽염을 곁들여 내세요.

■ 서비스 팁 다섯=완성 30분 전에 통마늘을 넣어 끓이면 마늘의 씹히는 맛도 함께 즐길 수 있습니다.

■ 서비스 팁 여섯=중국 간장은 색과 향이 강한 간장으로 계피.산초.팔각.정향과 함께 서울 북창동 신창상회(02-752-2212)에서 구입 가능합니다. 번거로우면 간장으로 대신해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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