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 외국인 김치 담그기…대만 관광객들 "딩하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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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11일 오후 6시쯤 충북 청원군 강내면 석화리의 썬프레김치랜드. 여느 공장 같으면 일과를 끝낼 시각이다. 하지만 이 김치공장엔 낯선 외국인들로 북적거렸다. 대만에서 온 20여명의 단체 여행객은 간단한 작업복 차림을 하고 김치 체험장에 들어갔다. 김치를 직접 버무리며 김치 담그는 법을 익혔다. 이후 2층으로 자리를 옮겨 고급 식당처럼 분위기 좋은 구내식당에서 돌솥비빔밥으로 저녁을 먹었다. 여기저기서 "딩하오(좋다)"를 연발했다.

대만 관광객 천천린(25.여)은 "대만에서도 김치를 종종 먹지만 맛이 좀 싱거웠는데 한국에서 직접 김치를 먹으니 훨씬 맛있다"며 "김치공장 체험은 좋은 추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분 가족단위로 온 이들 관광객은 자신들이 직접 담근 김치 5백g을 선물로 받은 후 스키를 타러 전북 무주로 떠났다. 아이스박스로 포장된 김치를 별도로 사가는 관광객들도 눈에 띄었다. 이들이 김치 만들기 체험을 하고 저녁을 해결하면서 낸 돈은 1인당 1만원.

㈜청주종합무역(대표 장장원.42)이 운영하는 이 김치공장은 지난해 말부터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김치 체험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두달 새 40개팀의 단체 외국여행객이 다녀갔다. 이달에 잡혀 있는 관광객만 3천명에 이른다.

다음달에는 싱가포르 70개팀과 대만 1백20개팀을 포함해 동남아 관광객 1만명이 다녀갈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 김치공장은 처음부터 김치 체험 관광 코스를 겨냥해 설립됐다. 공장 입구엔 1백여점의 옹기를 갖다놓고 그네도 설치했다.

현관은 민속공예품으로 장식해 한국적 분위기를 냈다. 연말께 이곳에 김치박물관.다도체험장.전통혼례체험장으로 쓸 수 있는 다목적 건물도 짓는다.

농산물 수출에 한계를 느낀 이 회사 장대표는 지난해 여름 동남아를 다녀왔다. 현지 여행사를 상대로 김치 체험 관광코스 개발에 대한 설명회를 열었다.

결과는 의외로 좋았다. 자신감을 얻은 장대표는 마침 매물로 나온 한 식품공장을 인수해 체험 위주의 공간으로 꾸몄다. 국내 관광 알선 여행사와도 접촉해 관광 코스에 김치체험장을 넣었다.

장대표는 "초정약수.청남대 등 지역의 관광지와 연계한 김치 관광 상품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치 체험장 프로그램=김치 체험장의 본격적인 관광 상품화는 썬프레김치랜드가 처음이다.

관광객들은 먼저 김치의 역사와 종류에 대한 설명을 듣는다. 그 다음 장화와 앞치마를 착용하고 에어샤워를 한 뒤 김치 제작 작업대로 간다. 작업대에는 이미 절인 배추와 양념통이 놓여 있다. 양념의 특징과 버무리는 요령을 들은 후 각자 한 포기씩 버무린다.

썬프레김치랜드는 외국어로 제작된 영상 홍보물과 리플렛도 준비 중이다.

청주=안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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