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미리보는명승부>남자체조 뜀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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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히로시마아시안게임 체조경기 남자 뜀틀은 비록 메달수는 단 한개지만 한국남자체조의 자존심이 걸려 있다.
한국은 91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유옥렬(柳玉烈.경희대)이 뜀틀 1위에 오르면서 세계의 벽을 비로소 넘기 시작했다.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을 노리는 한국의 첨병은 92년 동아시아대회 금메달리스트 여홍철(呂洪哲.금호건설)과 93년호주니콘컵대회 챔피언 이주형(李周炯.한양대).
특히 여홍철은 올해 호주세계선수권대회에서 3위에 오르는 상승세를 유지했고 예선에서는 당당히 1위를 차지한 기대주다.
중국은 세계선수권대회 예선에서 3위에 오른 리시안슈앙,일본은6위를 기록했던 스즈키를 앞세워 한국을 협공하고 나선다.
한국과 중국.일본의 체조관계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펼쳐지는 결승일 히로시마縣 종합체육관.너나할 것없이 숨을 죽인채 이들의 일거수 일투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는 대략 9.70~9.75점이면 메달권에,9.80~9.85점이면 금메달이 가능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리시안슈앙이 첫번째 시기에서 9.70점을 마크하자 한국 관계자들은 숨을 돌리는 분위기다.그러나 리시안슈앙은 2차시기에서 환상적인 점프로 9.79점을 기록한다.
홈매트의 스즈키가 등장하자 관중들조차 숨을 죽인다.홈텃세까지감안하면 그의 기록에 따라 한국의 메달색깔도 달라진다.
첫시기에서 9.80점.금메달은 일본으로 가는가? 2차시기 9.83점을 기록하자 일본 관계자들은 얼싸안고 축하를 나눈다.
뒤어어 굳은 표정의 여홍철이 출발지점에 선다.긴장이 지나쳤을까.첫 시기에서 여홍철은 9.65점을 마크하는데 그친다.관전매너가 좋은 일본관중들도 참을수 없다는듯 야유섞인 함성을 올린다. 2차시기.여홍철은 모든 것을 이 한번의 도약에 걸겠다는듯 사력을 다해 발판을 구른다.
경쾌한 파열음과 함께 허공에 솟구친 여홍철의 두발이 사뿐히 매트에 내려앉는 순간 체육관에 일순 정적이 감돈다.
9.87점! 단숨에 순위를 뒤바꾸며 금메달고지에 오르는 순간,아직도 무아의 경지에 빠져 있는 여홍철 대신 관중석 한구석에서 숨죽였던 제일동포 응원단이 미친듯 환호하며 태극기를 흔들어댄다. 〈許珍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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