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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대선 새 현상 … 보수 '분열 속 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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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회창 무소속 후보의 등장으로 올 대선이 보수의 분열과 상호 경쟁으로 요동치고 있다.

보수 세력이 시장형 보수와 안보형 보수로 나뉘어 경쟁하며 대결의 외연을 넓혀 가는 탓에 진보 세력이 쇠락하고 이른바 '김정일 대북 변수'는 증발됐다. 지난달 대통합민주신당 경선이 끝나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대 신당 정동영 후보 간 일대일 구도가 시작될 때만 해도 예상치 못한 국면이다.

연세대 김호기 교수는 9일 "진보 진영이 민노당이란 정통 진보와 신당이란 온건 진보로 나뉘어 있다면, 보수 진영은 이회창 후보 출마를 계기로 분열을 시작했다"며 "정통 보수 성향의 이회창 지지세와 중도보수의 이명박 지지세로 보수가 갈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이상훈 전 국방부 장관, 정래혁 전 국회의장, 이종구 전 국방부 장관 등은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보수 인사 305명 명의로 "이회창씨의 대선 출마를 용납할 수 없다"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 보수 분화의 움직임이 계속됐다.

정치 전문가들은 보수의 분열이 기본적으로 보수의 확장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다. 이회창 후보가 출마를 선언한 7일 본지 여론조사에선 이명박 후보(41.3%), 이회창 후보(19.9%)의 지지율 합계가 60%를 넘었다. 반면 신당 정동영 후보와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 민주당 이인제 후보, 민노당 권영길 후보의 지지율 합계는 17%대에 불과했다.

경희대 임성호 교수는 "이명박 후보는 탈이념.실용주의 성향으로 지난 대선 때 노무현 후보를 지지했다 등을 돌린 유권자들에게까지 세를 확대했다"며 "이 때문에 국가안보와 우파이념을 중시하는 보수세력이 위기 의식을 느꼈고, 이회창 후보가 출마하자 급속한 지지를 보인 것"이라고 해석했다.

정치권에선 강삼재 전 사무총장에 이어 양정규.하순봉.김기배 전 의원 등 2002년 대선 때 이회창 후보 주변 인사들이 이회창 후보 진영에 합류할 경우 보수 경쟁이 구주류 보수 대 신주류 보수의 경쟁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보수 간 경쟁 구도는 진보 이슈의 약화를 가져 오고 있다. 신당의 정 후보는 '반부패 연대''가진 자와 못 가진 자'로 보수 돌파를 시도하고 있지만 효과를 못 보고 있다.

야권 분열은 1987년 대선 이후 처음이다. 당시엔 6월 항쟁으로 민주화의 봄을 맞았던 야권 김영삼.김대중씨가 '민주화 적자(嫡子) 경쟁'으로 대선에 모두 출마해 민정당 노태우 후보가 당선됐다. 하지만 이번엔 야당 분화이면서도 '보수 적자 경쟁'이라는 점에서 87년 상황과 다르다.

또 87년 당시 집권 민정당은 강력한 국정 장악력을 유지했던 반면 올 대선에서 여권의 정치적 영향력이 위축됐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이명박.이회창 두 후보의 대선전 보수 단일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두 사람 모두 강세를 자신하기 때문이다.

◆"내년 총선 겨냥 이회창 완주"=강원택 숭실대 교수는 "올해 역시 87년처럼 총선을 앞둔 대선"이라며 "이회창 후보 측이 총선까지 염두에 둔다면 대선 완주를 고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 경쟁의 핵심 변수론 장외의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꼽힌다. 명지대 김형준 교수는 "87년 양 김씨가 강력한 지역 기반을 가졌던 것과 달리 이회창 지지층은 무조건 충성층은 아니라고 봐야 한다"며 "정통 보수층을 안고 있는 박 전 대표의 선택이 보수경쟁 구도를 흔들 수 있다"고 말했다.

채병건·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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