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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박근혜와 화합할 건가" "그럼, 그럼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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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9일 오전 개인 사무실 '안국포럼'에 잠시 들르자 언론사 기자들이 따라붙었다.

-어제 박근혜 전 대표와 전화로 어떤 대화를 했나.

"잘 협조하자고 했다."

-박 전 대표를 곧 만날 건가.

"같은 당 사람인데 만나고, 전화하고 그게 뭐가 중요한가."

-박 전 대표와 화합할 건가.

"그럼, 그럼…."

안국포럼을 나온 이 후보는 대부분의 시간을 서울 시내 모 호텔에서 머물렀다. 중요한 회의를 할 때나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을 때 찾는 공간이다.

이 후보는 전날 '자신의 오른팔'로 불렸던 이재오 의원이 최고위원직을 던졌지만, 박 전 대표와의 전화통화에서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했다. 한 측근은 "이 후보가 좋다, 나쁘다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고 전했다.

호텔에선 임태희 비서실장과 주호영 비서실 부실장, 임재현 수행비서가 이 후보를 보좌했다.

이 후보는 당내 네거티브 대응팀으로부터 BBK 사건과 관련한 보고를 들었다. 낮 12시쯤 이 후보를 만나고 돌아간 이기택 선대위 고문은 "이 후보가 여러 가지 고민을 하고 있더라. 고민의 핵심은 박 전 대표를 어떻게 끌어안을 것이냐다"라고 말했다. 이 고문의 말처럼 이 후보 측 기류는 "박 전 대표 없이 대선 승리는 어렵다. 어떻게든 화합해야 한다"는 쪽이다.

박 전 대표와 이 후보의 전화통화 내용도 언론에 알려진 것만큼은 비관적이지 않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 후보의 한 측근은 "이.박 전화통화에서 박 전 대표가 두 사람의 회동이나 12일로 예정된 대구.경북지역 필승결의대회 참석을 '무 자르듯' 거절한 것처럼 알려졌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전 대표가 '경선 승복 때나 지금이나 이 후보를 돕겠다는 마음엔 변화가 없다. 주변 사람들 이야기를 너무 오해하지 마시라'고 말하는 등 여러 가지 여지를 남기는 발언을 했다"고 말했다.

이 후보 측이 11일 기자회견을 앞두고 검토 중인 '박 전 대표와의 국정 동반자' 선언이 과연 박 전 대표의 적극적인 지지를 끌어낼 수 있을까.

이날 임태희 비서실장이 박 전 대표 측 유정복 의원을 수시로 접촉했고, 이 후보를 만난 이기택 고문이 곧바로 박 전 대표 측 서청원 전 대표를 만나는 등 물밑 라인이 총동원됐다. 한 측근은 "주말이 최대 고비다. 엄청난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후보 진영 내부엔 그러나 "박 전 대표와 결별하는 일이 생기더라도 계속 끌려다녀선 안 된다"는 강경 기류도 남아 있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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