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복기의 머니 콘서트] 배당주가 안전하다고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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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호 23면

연말이 다가오면 어김없이 경제신문을 장식하는 게 배당에 대한 얘기다. ‘영양 많고 안전한 배당주’ ‘꿩 먹고 알 먹는 배당주’처럼 칭찬 일색의 기사를 한 번쯤은 봤을 것이다. 특히 요즘처럼 주가가 널뛰는 장세에선 배당주 투자가 제격이라는 의견이 많다.

하지만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야 한다. 얼마 전 배당주 투자했다가 낭패를 본 투자자를 만났다. 최 사장(자영업·56세)은 10월 초 배당수익에 시세차익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요량으로 배당주 투자를 결심했다.

그는 최근 3년간 배당을 많이 한 회사 중에서 한 개를 택해 1억원을 투자했다. 투자한 A회사는 3년 동안 높은 배당성향을 보였다. 특히 지난해엔 배당성향이 무려 100%를 넘었다. 하지만 주식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돌파하는 상황에서 A회사는 벌써 20% 이상의 손실을 보고 있다. 최 사장의 큰 실수는 무엇이었을까.

‘배당보다 실적이 우선한다’는 사실을 간과했던 것이다. 배당성향이란 한 해 벌어들인 순익 중 얼마를 배당으로 돌리는가 하는 비율을 말한다. A회사의 배당성향이 높은 건 사실이었다. 그러나 회사가 사업을 해서 벌어들이는 돈은 매년 줄고 있었다. 더욱이 지난해는 높은 배당성향을 유지하려고, 당기순이익보다 더 많이 배당하는 파격적 결정을 했다. 배보다 배꼽이 컸던 셈이다.

필자가 만난 대부분의 부자들도 배당주에 관심이 높았다. 하지만 이들은 최 사장과 다른 관점에서 배당주에 접근했다. 첫째, 배당과 시세차익 두 마리 토끼를 다 쫓으려 하지 않는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한다면 시세차익을 더 좋아한다. 사실 최 사장이 투자한 A회사의 시가배당률(주가 대비 배당액)은 2%에도 미치지 못했다.

결국 연말에 배당을 받아도 배당기준일 이후에 배당락으로 발생하는 주가 하락과 15.4%의 배당소득세를 감안하면 남는 게 없는 장사일 수 있다. 둘째, 배당 투자를 원하면 1년 이상 장기투자를 각오하는 게 좋다. 장기적으로 실적이 좋아 높은 배당이 기대되는 회사에 투자하라는 말이다. 1년 이상 장기투자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세금이다. 배당은 고스란히 소득세의 타깃이 된다. 게다가 금융소득 종합과세 판정 대상에도 들어간다.

하지만 배당주를 1년 이상 장기투자해서 받은 배당금은 비과세 혜택이 있다. 세법에서는 상장주식을 1년 이상 보유하고 법인별로 액면가액 합계액이 3000만원 이하이면 배당소득에 세금을 물리지 않는다. 여기서 주의 깊게 봐야 하는 문구가 ‘법인별’과 ‘액면가액’이다. A법인·B법인 등 여러 법인의 주식이 있다면 합산해서 3000만원이 아니라 각각 3000만원 이하이면 된다. 또 액면가를 통상 5000원으로 가정하면 10만원짜리 주식을 6000주(6억원) 갖고 있어도 액면가액은 3000만원이기 때문에 비과세된다.

부자들은 특별한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다. 똑같은 금융상품을 놓고도 어떻게 접근하느냐, 어떤 투자 마인드를 가지느냐에 따라 성패가 판가름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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