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도 대학 편입학 열풍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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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호 05면

하버드는 편입학에 있어서도 재능과 장래성을 최고의 사정기준으로 삼는다. 2년제 대학 출신도 3학년 편입이 가능하다. [중앙포토]

“요즘 대학생들이 편입학을 입시의 연장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다른 대학으로 옮기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고 있다….”

“장학금보다 브랜드” 명문대 경쟁률 10대1 넘어

미국 유력지인 월스트리트 저널이 지난해 10월 28일 ‘대학입시 속편(College Admissions: the Sequel)’이라는 제목으로 실은 기사의 내용이다. 우리와 비슷한 편입학 열풍이 교육선진국인 미국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하버드대는 올해 90명의 편입생을 뽑았다. 1000명 이상이 지원해 경쟁률이 10 대 1을 웃돌았다. 스탠퍼드대는 72명을 뽑는 데 1407명이, 펜실베이니아대는 231명을 선발하는 데 1861명이 몰렸다. 특히 예일대는 지원자 779명 중 30명을 뽑아 경쟁률이 26 대 1에 달했다. 유명대로 옮겨가기 위해 ‘입시 속편’ 을 치르는 것이다.

얼마 전까지 미국에서 편입학은 2년제 대학에서 4년제 대학으로 옮기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4년제에서 4년제로 학교를 옮기는 편입학 열풍이 불고 있다.

제법 괜찮은 대학에 진학했음에도 하버드대나 예일대 등 ‘최고’ 명문대로 옮기기 위해 1~2학년 생활을 편입학에 바친다. 1980년대만 해도 학교 선정의 고려 사항에서 대학의 ‘브랜드 가치’가 요즘 같이 중시되지 않았다. 집에서 가까운 곳, 장학금을 많이 주는 곳을 ‘간판’보다 선호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양상이 바뀐 것이다. 중위권(middle-tier) 4년제 대학에서 25개 상위권(top-tier) 대학으로 연쇄이동이 이뤄지고 있다.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1000~5000달러나 받는 편입학 컨설팅이 인기다. 대학이 경쟁적으로 편입학센터를 강화하고 있다. 일단 비인기 전공이라도 ‘들어가고 보자’는 심리가 팽배하다. 편입학 후에는 인기전공으로 변경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편입생 선정 기준은 정규 입시와 비슷하다. 고교 성적, SAT·ACT 등 수학능력검정시험 점수, 현재 재학하고 있는 대학 성적표, 추천서 등을 제출해야 한다. 장학금이 필요한 학생은 신청서를 내면 된다. 학업계획서에는 편입학 동기를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해야 한다. 학교마다 편입학 정책이 다소 다르다. 대부분은 편입생을 환영한다. 야간·평생교육 등 비학위 과정 학생도 성적이 우수하면 정식 학생으로 받아준다. 일부 학교는 편입학을 우수 학생 유치에 적극 활용한다. 코넬대학은 ‘조건부 편입학제’를 운영한다. 입학 허가를 주지 않은 학생 중에서 다른 대학에 진학해 일정 수준의 학점을 받은 학생은 자동으로 입학을 허가하는 것이다. 반면 펜실베이니아대학은 최근 편입학에 대해 부정적이다. 다른 대학에서 학생들을 빼앗아 오는 것은 비교육적이라고 판단해 요즘은 편입생 수를 줄이고 있다.

미국의 편입학 제도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우리의 전문대에 해당하는 커뮤니티칼리지(community college, 지역사회대학)에서 4년제 대학으로 옮길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는 1195개의 커뮤니티칼리지에서 1160만 명의 학생이 준학사 학위 혹은 자격증을 받기 위해 공부하고 있다. 연간 학비는 평균 2272달러로 주립대 평균 5836달러보다 훨씬 싸다. 커뮤니티칼리지는 고교 성적이 나쁘거나, 4년제 학비가 부담이 되거나, 아직 장래 계획을 세우지 못한 경우에 주로 진학한다. 공개입학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성적과 무관하게 고교 졸업장만 있으면 입학이 가능하다. 커뮤니티칼리지는 4년제 대학과 ‘편입학협정(articulation agreement)’을 맺고 있기 때문에 학점 평균 2.0 이상 60학점을 취득하면 4년제 편입이 수월하다. 10개 커뮤니티칼리지와 제휴 관계에 있는 일리노이대학의 경우 최근 60학점에서 30학점으로 편입 기준을 낮췄다.

커뮤니티칼리지를 통해 4년제로 옮기는 경우 가장 매력 있는 대학은 캘리포니아대학이다. 캘리포니아대학 학사 졸업생 중 3분의 1은 커뮤니티칼리지 출신이다. 캘리포니아주의 커뮤니티칼리지 재학생에게 편입 우선권을 준다. 11개 캘리포니아대학 중에서도 가장 주목할 만한 대학은 UC버클리다. 이 대학은 20여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UC버클리는 연구 결과 커뮤니티칼리지 출신의 학업 성취가 우수하다며 이들을 적극 환영한다.

“국적은 바꿀 수 있어도 학적은 바꿀 수 없다”는 말처럼 편입도 기록에 남는다. 미국에서는 대학원 진학 시나 취업 시 편입생 출신에게 편입학 이유를 묻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특히 편입학이 ‘간판 취득용’이었는지 자기 발전을 위해서였는지 궁금해한다. 이때 면접관을 만족시키는 합당한 대답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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