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갈 데 없는 정창영 전 연세대 총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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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1일 사표가 수리된 정창영(64.사진) 연세대 전 총장은 총장 공관에서 하루 종일 두문불출했다. 정 전 총장은 사임으로 공관을 비워야 하는 처지다. 하지만 현재로선 딱히 갈 곳이 없는 형편이다. 큰아들(36)의 사업 부도 때문에 총장 취임 전 살던 집을 팔았기 때문이다.

박영렬 연세대 대외협력처장은 "정 전 총장이 갑자기 그만둬 새 거처를 마련할 겨를이 없었다고 들었다. 우리도 이런 일이 처음이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라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 전 총장은 학교 측의 배려로 당분간 공관에서 머무를 것으로 전해졌다.

정 전 총장의 아들은 2001년 대기업을 나와 바이오 벤처기업을 차렸다. 그러나 창업 2년 만에 부도가 나 50억원의 빚을 졌다. 이 때문에 정 전 총장은 채권자들로부터 '부모들이 책임지라'며 압박을 당했다. 2004년 4월 총장에 취임하기 전까지 월급까지 차압당하기도 했다. 이때 땅은 물론 집까지 판 것이다.

정 전 총장을 잘 안다는 연세대 교수는 "정 전 총장이 한때 아들 빚 문제를 고민하며 경제적으로 아주 어려워했다"며 "최근에는 20여 년간 끊었던 담배도 다시 피우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서울 서부지검은 연세대 치의학과 편입학 과정에서 정 전 총장의 부인 최윤희(62)씨에게 돈을 준 학부모 김모(50)씨를 이르면 2일 소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씨를 정 전 총장 부인에게 소개한 김씨의 이웃 최모(77.여)씨도 함께 부르기로 했다. 검찰은 정 전 총장 부인 최씨에게 2억원이 건네진 경위와 청탁 여부를 조사할 계획이다.

정 총장 부인의 변호인인 이문호 변호사는 "최씨가 돈을 빌린 시점은 연세대 편입학 원서 접수 이전인 지난해 11월이었다. 그 돈을 아들 빚을 갚는 데 거의 다 쓴 상태에서 이웃 최씨에게서 편입학 청탁을 받았다. 김씨에게 2억원을 다 돌려줬다"고 해명했다.

연세대 재단은 총장 직무대행에 윤대희(56.전기전자공학 교수) 교학부총장을 선임했다. 재단은 곧 이사회를 열어 새 총장 선출 시기와 방법을 논의할 예정이다.

민동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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