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광구의특허교실>4.출원대국 일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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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맥아더將軍이 2次大戰 직후,東京에 진주하여 사령부로 쓸 사무실을 물색하는 과정에서 참모들이 건의한 후보는 2개의 건물이었다. 동경시내 관청가에 위치한 당시 일본의 特許局건물과 帝國호텔이었다.맥아더는 숙고끝에 帝國호텔로 결정했다.
이 얘기는 특허전문가들에게 두가지면에서 깊은 인상을 주었다.
첫째 이미 2차대전 이전부터 일본정부가 당시로는 희소했던 승강기를 갖는등 가장 선진형 오피스로 특허국건물을 마련했었다는 점(註:현재의 일본特許廳 건물도 일본에서 가장 첨단으로 알려진최신 인텔리전트빌딩의 하나임),둘째 帝國호텔보다 사무실로서의 조건면에서 훨씬 우수했는데도「特許局이란 한 나라의 연구활동의 축이자 정신적지주」라는 차원에서,비록 피점령국이긴 하지만 일본특허국 건물의 점용을 피했던 맥아더의 결단이다.
또 한가지 얘기해 두고 싶은 것은 일본 天皇家에서는 사회적 公職을 겸하지 않는다는 오랜 관례에도 불구하고,20세기초 이래天皇家의 장서자가 일본발명협회의 명예총재를 계속 맡아 매년 전국 최우수 발명자에게 天皇의『恩賜賞』을 수여하는 등 국민들의 발명의욕을 부추기는데 앞장서고 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일본정부가 발명과 특허문제에 얼마나 노력을 기울이나를 보여주는 좋은 예들이다.
이러한 정부의 노력과 맥락을 같이하여 산업계 내지 기술계가 쏟는 열정도 세계 정상급이다.연구개발비는 GNP대비로 70년의1.59%에서 91년에는 2.77%로 확대되었으며,연구인력은 같은 기간동안 40만명에서 80만명으로 2배늘었 다.
日本에는 현재 1만7천여개나 되는 각종 기술연구소가 활발한 연구활동을 펴고 있으며,특히 산업계에서는 異業種간의 기술교류라는 새로운 접근방식을 통해 신기술.신상품을 개발하는 이른바『異業種交流그룹』이 2천1백여개나 조직되어 여기에 참 가한 기업체만도 7만1천여개社에 달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에 힘입어 60년이후 92년에 이르는 동안 산업재산권 출원은 17만건에서 81만7천건으로 거의 5배나 늘어났다. 같은기간 인구가 9천4백만명에서 1억2천4백만명으로 32% 증가된 것과 비교해 볼때 실로 엄청난 출원증가라 하겠다.
인구기준으로는 세계 제8위이면서도 산업재산권 출원으로는 세계제1위라는 독보적 입지를 과시하는 나라,이것이 바로 오늘의 일본이다. 좁은국토에서 인구는 많고 자원은 빈약한 나라-그래서 머리로 경쟁하고 기술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점에서 비슷한 여건하의 한국과 일본.우리가 그들의 활발한 특허출원에서 진정 느껴지는 바가 적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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