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갔던 농득마인 내달 14일 방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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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8일 북한을 방문했던 농득마인(67.사진)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이 한국을 찾는다. 그는 베트남의 최고 권력자다. 국가주석.총리보다 권력 서열이 더 높다. 그래서 마인 서기장의 남북한 교차 방문에 시선이 쏠린다.

정부 관계자는 30일 "마인 서기장이 다음 달 14일부터 2박3일간 방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베트남 최고권력자의 방한은 1995년 '도이머이(개혁)' 정책으로 유명한 도므어이의 방문 이후 12년 만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평양에 온 농득마인 서기장을 만났을 때 "베트남의 도이머이를 벤치마킹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농득마인 서기장이 방북한 지 열흘 만에 김영일 내각총리는 베트남을 방문해 개혁.개방의 현장을 살펴보았다. 김 총리 일행은 베트남 기획투자부(MPI)를 찾아 외자 유치와 경제개방 정책을 공부했다. 이어 관광 리조트단지와 수출입 물류 허브(hub)인 하이퐁 항구를 둘러봤다. 이 코스는 앞으로 김정일 위원장도 시찰할 가능성이 크다. 김 위원장은 이미 베트남 답방을 약속한 상태다.

1960~70년대 미국과 전쟁을 했던 베트남은 그동안 점진적인 개혁.개방 정책과 대미 관계 개선을 통해 고도 성장과 대외 개방의 길을 걷고 있다. 김 위원장으로선 공산당 일당독재 체제를 유지하면서 미국과 관계를 터 경제성장을 해나가는 베트남의 노하우가 절실한 상황이다. 북한에 베트남은 미국을 배우는 일종의 교과서인 셈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농득마인 서기장이 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사이에서 메신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김 위원장이 남북 정상회담에서 말한 개혁.개방 의지를 재확인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농득마인 서기장도 92년 한국.베트남 수교 이후 한국 쪽으로 치우쳤던 자국의 대한반도 외교 노선을 재조정하는 계기를 만들 것으로 보인다. 북한과는 전통적인 사회주의 혈맹 관계를 복원하는 한편, 베트남에 대한 최대 투자국으로 떠오른 한국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실리 외교를 펼치겠다는 속내가 엿보인다.

김성한 고려대 교수는 "베트남은 한국의 자본과 기술을 지속적으로 유치하면서 사회주의 우방인 북한을 끌어안으려는 복합적인 계산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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