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야구 접목 … ‘김성근 야구’ 활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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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한국시리즈 우승 현수막을 앞에 놓고 SK 선수단이 감격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에서 일곱째) 왼쪽으로 김성근 감독, 조정남 SK텔레콤 부회장 겸 구단주 대행, 신영철 사장, 박철영 배터리 코치, (한 사람 건너) 이만수 수석코치. [인천=임현동 JES 기자]

인천 밤하늘에 축포가 터졌다. SK 선수들은 한데 엉겨 첫 우승의 감격을 나눴고, 감독 데뷔 24년째를 맞은 김성근(65) 감독은 그토록 원하던 첫 헹가래를 받았다. 인천 야구팬들은 모처럼 맛본 우승의 기쁨을 환호성으로 표현했다.

 SK가 팀 창단 8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홈에서 1, 2차전을 내줬을 때만 해도 짙은 그림자가 드리웠지만 파죽의 4연승으로 기어코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SK는 29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2007 프로야구 한국시리즈(7전4선승제) 6차전에서 선발 채병용의 호투와 정근우·김재현의 홈런포로 두산을 5-2로 제압했다. 한국시리즈에서 처음 2패를 당한 팀이 역전 우승한 것은 SK가 처음이다.

 김성근 감독은 기자와 전문가들을 두 번 놀라게 했다. 23일 2차전이 시작되기 전 김 감독이 한 시간가량 사라졌다. 김 감독은 “2군 훈련을 보고 왔다”고 태연스럽게 말했다. 1차전을 져 2차전을 반드시 잡아야 할 상황에서 예상 밖의 행동이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우리 선수, 저쪽 선수 훈련은 시즌 때 볼 만큼 봤잖아”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한국시리즈 홈경기 때 합숙을 하지 않았다. SK 선수들은 홈 경기를 마친 뒤 모두 호텔이 아니라 집으로 가서 쉬었다. 끊임없는 훈련을 강조하는 김 감독의 스타일과는 다른 면이었다. 태평양 감독 시절 겨울산에 들어가 얼음을 깨고 극기훈련까지 시켰던 그였다.

 달라진 점은 바로 여유다. 모든 것을 혼자 결정하고, 작은 부분 하나까지 간섭하면서 ‘감독의 야구’ ‘관리 야구’라는 꼬리표가 붙었던 그였지만 올해는 코치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고 기다렸다.

지난해 일본 프로야구 지바 롯데에서 코치를 하며 미국인 감독 보비 밸런타인 감독에게서 받은 영향이 컸다. 김 감독은 “실수를 포용하고, 창의력을 유도하는 밸런타인 스타일에 환갑 먹은 나도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김 감독은 개인 약속 때 청바지 차림의 파격적인 패션으로 나타나 그를 아는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철저한 데이터 분석 위주의 일본 야구에 선수를 믿고 맡기는 미국 야구의 장점을 접목시킨 것이 올해 김성근 야구다.

 김 감독은 “2002년 LG 시절 한국시리즈를 한 번 해본 게 도움이 됐다. 투수를 무리하게 기용하지 않은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 오늘 헹가래 때도 점퍼를 벗지 않았다. (홈이라 흰 유니폼을 입어야 하지만) 두산에는 원정 게임이 강해서 빨간색 원정 유니폼을 입고 있었기 때문이다”며 “처음부터 두산을 상대로 준비했다. 라이트로 밀어치는 것, 피치아웃, 견제구를 집중 연습했다. 투수들에게 몸 쪽 공을 던지라고 직접 지시했다. 타석에 바짝 붙는 두산 타자를 이기는 방법은 그것밖에 없다”고 말했다.

인천=신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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