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피아 가장의 코믹 인생극장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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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호 15면

21세기 최고라는 찬사를 받는 장편 미국 드라마는 무엇일까. 이탈리아계 마피아 두목을 주인공으로 하는 ‘소프라노스’다. 시리즈마다 1000만 명 이상의 시청자를 끌어 모으고, 뉴욕 타임스로부터 “지난 25년간 만들어진 미국 드라마 중 최고 걸작”이라는 평을 들었다.

문은실의 미드열전 <8> 소프라노스

평단이나 시청자들이나 한입을 모아 극찬을 보내는 ‘소프라노스’는 뉴욕도 아니고 시카고도 아닌 뉴저지 고급 주택가에 사는 소프라노라는 성을 가진 가족의 이야기다.
마피아라는 이름이 점점 더 고색창연해져 가는 판에, 변한 세월 속에서 혈육으로 이루어진 가족과 조직이라는 가족, 이 두 패밀리를 이끌어 나가야 하는 가장(家長) 토니 소프라노의 고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정신분석의가 연구대상으로 삼기 딱 좋아할 어머니와 바야흐로 사춘기에 접어들어 하루가 멀다 하고 속을 뒤집어 놓는 두 아이, 사고 치고 배신하는 조직원들에 이르기까지, 토니 소프라노가 걷는 리더의 길은 지난하기만 하다. 주변에 정상이라고 할 만한 인물은 현명하고 강단 있는 아내 카멜라 정도다. 하여 히스토리 채널과 고전영화를 즐겨 보는 이 마피아 가장은 정신과 상담을 받기에 이른다.

그러니까 영화 ‘대부(代父)’류의 비장하고 장중한 이탈리아 순수혈통 마피아 이야기에 대한 기대는 애초부터 접고 들어가는 것이 좋다. 패밀리의 조직원 형님들은 어찌나 귀엽게들 노는지, 만담 수준의 세상사 이야기로 웃음을 안겨준다. 마피아라는 이름만 들어도 저절로 상납이 굴러들어올 것 같지만, 먹고사는 일이 다 그렇듯 어느 부분인가는 치사스럽고 구질스러운 면을 다분히 짓궂고 코믹하게 그려내는 것이 또한 이 드라마다.

어느 캐릭터 하나 존재감이 빠지는 일 없는 탄탄한 구성력, 보면 볼수록 입이 벌어질 정도의 신기의 시나리오와 그것을 능청스럽고 완벽하게 소화해 내는 배우들 덕분에, 올해 시리즈 대단원의 막을 내린 이 드라마에 팬들은 인생의 재미 하나가 줄어들었다고 한탄을 보내는 것이다. 전문번역가

■소프라노스 = 1999년 HBO에서 첫 시즌을 방영한 이래 시즌 7을 마지막으로 올해 종영했다. 시즌 1부터 끝까지 고른 완성도를 보여준 끝에, 마지막 시즌으로는 이례적으로 올해 에미상 드라마 부문 작품상을 수상했다. 국내에는 현재 시즌 6까지 DVD가 출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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