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앞둔 한나라 또 이미지 구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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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대선을 54일 앞두고 한나라당에 악재가 터졌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의 한나라당 소속 임인배 위원장(경북 김천)과 김태환 의원(경북 구미을)이 22일 국정감사 피감 기관으로부터 술 접대를 받은 것으로 26일 드러났기 때문이다.

만찬 자리엔 대통합민주신당 의원을 포함해 의원 10여 명이 있었고, 술 자리엔 국민중심당 소속 류근찬 의원(충남 보령-서천)도 있었다. 하지만 류 의원은 피감 기관장들이 술집에서까지 합석하자 "부적절하다"며 10분 만에 일어나 비판은 한나라당에 집중됐다.

신당은 당장 "신당 의원은 문제의 술자리에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한나라당을 비난하고 나섰다. 김효석 당 원내대표는 "과기정위 의원들이 술 파티를 열고 '2차 접대'까지 받았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충격을 받았다"며 "지금이 어느 때인데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는 의원들이 있느냐"고 말했다.

이낙연 대변인도 "한나라당은 여전히 타락의 냄새가 진동한다"며 "한나라당 고위 간부의 성 추행 사건이 국민의 기억에 생생한 터에 부끄러운 일이 또 터졌다"고 몰아붙였다.

이날 과기정위 국감장에서도 신당의 공세는 이어졌다.

▶신당 유승희.이종걸 의원="임 위원장과 김 의원은 국감을 시작하기 전에 피감 기관 향응 의혹부터 규명하라."

▶한나라당 김태환 의원="성 접대를 받았다는 일부 언론 보도는 악의적으로 조작된 거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사려 깊은 행동이 아니었다."

한나라당은 즉각 진화에 나섰다. 이방호 사무총장은 기자회견을 자청해 "당 진상조사단을 현지에 파견하겠다"며 "잘못이 있으면 관련자를 엄중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충청 지역을 방문 중인 이명박 후보도 "조사 결과에 따라 당규에 의해 엄격하게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검사 출신인 박세환 의원은 문제가 된 피감 기관, 이들 기관장과 의원들이 함께 식사를 했던 식당을 찾아 조사에 나섰다.

국정감사법엔 의원의 출장 비용에 대한 조항이 없다. 하지만 대통령령인 공무원 여비규정에 따라 국정감사에도 예산이 배정된다. 일반적으로 20일 가까이 열리는 국정감사 기간 동안 의원 한 명에게 배정되는 돈은 100만원 정도다.

임인배 위원장은 "밥값은 상임위 차원에서 추후 일괄 정산할 예정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술값에 대해선 "내가 내려고 했는데 '얼마 되지 않는다고 그냥 가라'고 해서 내지 못했다"며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성 접대 등은 결코 없었다"고 강조했다.

남궁욱.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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