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산시 천수만에 예년보다 일주일가량 빨리 찾아온 기러기 등 겨울철새 수 십만 마리가 볏짚을 잘게 썰어 논에 뿌린 철새쉼터에서 하늘로 날아오르고 있다. [프리랜서=김성태]
천수만에는 보통 10월 초순에 철새들이 찾아 오지만 올해는 일주일 가량 빠른 9월 중순부터 날아오기 시작했다. 철새들이 찾아 오기에 알맞은 10도 이하의 최저 기온이 예년보다 빨라졌기 때문이다.
일부 농민들은 벼 수확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철새들이 찾아 와 벼를 쪼아 먹는 등 농작물 피해를 입을까 걱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다수 농민들은 수 십만 마리의 철새가 매년 찾아 와 천수만을 뒤덮는 관광지로 만들어 줘 일거리가 없는 농한기에 짭짤한 관광수입을 올려 반갑다는 표정이다.
때문에 일부 농민들은 철새 먹이로 제공하기 위해 벼를 수확하지 않는 등 서산시가 추진하는 철새 쉼터 조성에 적극 동참하고 나섰다.
◆철새 쉼터 조성=서산시는 올해 6억7000만원을 들여 천수만 일원 간척 농경지 812㏊를 철새들을 위한 쉼터와 먹이 공급처로 꾸민다.
서산시는 최근 천수만 일원 간척농지를 소유한 429 농가와 2007년 생물다양성관리계약을 맺어 모두 812㏊ 규모 농경지를 철새 먹이터 등으로 조성키로 했다.
박정호(65)씨 등 여섯 농가 농민들은 논 2㏊의 벼를 철새 먹이로 제공하기 위해 수확하지 않기로 했다. 박씨 등은 그 대가로 시에서 ㎡당 880원의 지원금을 받는다. 이는 시중에 파는 가격 920원보다 싸다.
박씨는 “철새 먹이로 제공하는 벼의 가격을 시중보다 싸게 받았지만 해마다 철새도래지에 찾아 오는 관광객이 수 십만명에 이르러 관광수입도 올리고 천수만이 세계적인 유명 관광지로 알려져 기쁘다”고 말했다.
또 소 사료로 사용되는 볏짚을 팔지 않고 잘게 썰어 논에 뿌려 철새가 쉴 수 있도록하는 농경지도 82농가 651㏊에 이른다.
이밖에 출새들의 먹이인 겉보리 재배 340농가 134㏊, 철새들이 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기 위해 수확이 끝난 논에 물을 가두는 면적도 25㏊나 된다.
시는 계약 농가에게 모두 6억7000여만원의 보상할 계획이며 선급금으로 30%를, 철새가 떠나는 내년 3월말 나머지 지원금 70%를 지급하기로 했다.
생태환경 관리사업소 이병선 담당은 “세계적인 철새도래지인 서산 천수만을 찾는 철새들의 서식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생물다양성관리사업을 추진하게 됐다”며 “계약 내용을 철저하게 이행하는 지, 지도점검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어떤 철새들이 찾아오나=세계 최대 철새도래지인 천수만 간척지에는 기러기목 철새들이 가장 많이 찾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산시가 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에 의뢰해 지난해 10월∼올해 2월 매달 두 차례씩 ‘서산천수만 철새도래지 조류 현황’을 모니터링한 결과, 14목·33과·90속·172종의 조류 16만2000여마리가 관찰됐다.
개체 수로는 기러기목 조류가 12만2000여 마리로 월등히 많았고 종(種) 수로는 참새목이 60종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종류별로는 가창오리가 23.6%를 차지했고 큰 기러기 12.1%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법적 보호종으로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야생동물 1급인 ‘노랑부리백로’ 1개체, ‘황새’ 15개체를 비롯해 ‘매 ’12개체,‘저어새’ 4개체, ‘호사도요’ 2개체 등 28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맹금류인 ‘붉은배새매’ 3개체, ‘잿빗개구리매’ 2개체 등도 관찰됐다.
서형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