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만 … 철새 쉼터 조성 민·관 함께 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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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서산시 천수만에 예년보다 일주일가량 빨리 찾아온 기러기 등 겨울철새 수 십만 마리가 볏짚을 잘게 썰어 논에 뿌린 철새쉼터에서 하늘로 날아오르고 있다. [프리랜서=김성태]

23일 오후 2시쯤 충남 서산시 부석면 치평·간월도리 부남호와 간월호가 있는 천수만 일대.기러기·가창오리 등 겨울 철새 10만여 마리가 날개 짓을 하며 하늘을 날아 장관을 이뤘다.

천수만에는 보통 10월 초순에 철새들이 찾아 오지만 올해는 일주일 가량 빠른 9월 중순부터 날아오기 시작했다. 철새들이 찾아 오기에 알맞은 10도 이하의 최저 기온이 예년보다 빨라졌기 때문이다.

일부 농민들은 벼 수확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철새들이 찾아 와 벼를 쪼아 먹는 등 농작물 피해를 입을까 걱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다수 농민들은 수 십만 마리의 철새가 매년 찾아 와 천수만을 뒤덮는 관광지로 만들어 줘 일거리가 없는 농한기에 짭짤한 관광수입을 올려 반갑다는 표정이다.

때문에 일부 농민들은 철새 먹이로 제공하기 위해 벼를 수확하지 않는 등 서산시가 추진하는 철새 쉼터 조성에 적극 동참하고 나섰다.

◆철새 쉼터 조성=서산시는 올해 6억7000만원을 들여 천수만 일원 간척 농경지 812㏊를 철새들을 위한 쉼터와 먹이 공급처로 꾸민다.

서산시는 최근 천수만 일원 간척농지를 소유한 429 농가와 2007년 생물다양성관리계약을 맺어 모두 812㏊ 규모 농경지를 철새 먹이터 등으로 조성키로 했다.

박정호(65)씨 등 여섯 농가 농민들은 논 2㏊의 벼를 철새 먹이로 제공하기 위해 수확하지 않기로 했다. 박씨 등은 그 대가로 시에서 ㎡당 880원의 지원금을 받는다. 이는 시중에 파는 가격 920원보다 싸다.

박씨는 “철새 먹이로 제공하는 벼의 가격을 시중보다 싸게 받았지만 해마다 철새도래지에 찾아 오는 관광객이 수 십만명에 이르러 관광수입도 올리고 천수만이 세계적인 유명 관광지로 알려져 기쁘다”고 말했다.

 또 소 사료로 사용되는 볏짚을 팔지 않고 잘게 썰어 논에 뿌려 철새가 쉴 수 있도록하는 농경지도 82농가 651㏊에 이른다.

이밖에 출새들의 먹이인 겉보리 재배 340농가 134㏊, 철새들이 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기 위해 수확이 끝난 논에 물을 가두는 면적도 25㏊나 된다.

시는 계약 농가에게 모두 6억7000여만원의 보상할 계획이며 선급금으로 30%를, 철새가 떠나는 내년 3월말 나머지 지원금 70%를 지급하기로 했다.

생태환경 관리사업소 이병선 담당은 “세계적인 철새도래지인 서산 천수만을 찾는 철새들의 서식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생물다양성관리사업을 추진하게 됐다”며 “계약 내용을 철저하게 이행하는 지, 지도점검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어떤 철새들이 찾아오나=세계 최대 철새도래지인 천수만 간척지에는 기러기목 철새들이 가장 많이 찾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산시가 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에 의뢰해 지난해 10월∼올해 2월 매달 두 차례씩 ‘서산천수만 철새도래지 조류 현황’을 모니터링한 결과, 14목·33과·90속·172종의 조류 16만2000여마리가 관찰됐다.

개체 수로는 기러기목 조류가 12만2000여 마리로 월등히 많았고 종(種) 수로는 참새목이 60종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종류별로는 가창오리가 23.6%를 차지했고 큰 기러기 12.1%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법적 보호종으로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야생동물 1급인 ‘노랑부리백로’ 1개체, ‘황새’ 15개체를 비롯해 ‘매 ’12개체,‘저어새’ 4개체, ‘호사도요’ 2개체 등 28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맹금류인 ‘붉은배새매’ 3개체, ‘잿빗개구리매’ 2개체 등도 관찰됐다.

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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