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책갈피] 독한 결단력 … 너그러움 … '창업형 황제'는 남달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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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제왕의 길

런하오즈 지음,
차혜정 옮김
에버리치홀딩스,
316쪽, 1만3000원

‘16명의 창업형 황제로부터 배우는 제왕술’이 부제다. 중국 역대 황제들 중 수 문제 양견, 당 고조 이연, 원 태조 테무친, 청 태조 누르하치 등 새로운 왕조를 연 개국황제들의 사례를 찾아 그 속에서 성공 비결을 뽑아냈다.

진시황 영정(사진)은 진취적인 기상과 뜨거운 열정을 가졌다. 영정은 육국을 평정, 천하통일이란 과업을 이룬 뒤에도 ‘이젠 됐다’며 만족하지 않았다. 북쪽의 흉노, 남쪽의 백월을 정벌해 영토를 확장하고 만리장성을 축조했다.

위 무제 조조는 어려서부터 적극적이고 자신감 넘치며 낙관적인 성격이었다. 조조의 유머 감각과 호방함은 다른 사람을 끄는 흡인력이 있었다. 이런 매력과 친화력이 조조를 안정감 있는 리더로 만들었다.


한편 송 무제 유유는 차근차근한 성품의 소유자였다. 황제 자리에 욕심을 내기 시작한 뒤에도 급하게 서두르지 않고 조금씩 자신의 명성과 실력을 쌓아갔다. 그리고 상대의 세력을 조금씩 약화시켰다. 황제 자리가 이미 손에 들어온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신중하게 대신들의 의견과 동향을 살폈다. 진 공제가 “황제 직위를 넘긴다”는 조서를 발표하는 순간까지 유유의 발걸음은 조심스러웠다.

이렇게 개국 황제들이 역경을 헤쳐나가기 위해 사용한 해법은 저마다 서로 달랐다. 성공 비결이 ‘16인 16색’ 인 만큼 서로 상충하기도 한다. 한 고조 유방과 한 광무제 유수의 사례만 봐도 그렇다.

유방에게는 ‘천하를 얻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버릴 수 있다’는 독한 결단력이 성공의 발판이 됐다. 항우의 대군에게 쫓기던 중 마차가 무거워 빨리 달리지 못하자 친자식을 밖으로 밀어버렸다. 반면 유수는 너그러움이 자산이었다. 유방과 같은 상황에서도 따뜻한 인간미를 잃지 않는다. 적에 쫓겨 후퇴하면서도 도중에 만난 손아래 누이를 말에 태워 함께 달아났던 것이다.

하지만 ‘모순’이라며 실망할 일은 아니다. 성공의 길이 그만큼 여러 갈래라는 걸 역사가 증명하는 셈이니 말이다. 거기에다 왕조가 바뀌는 역사의 흥미진진한 고비고비를 모아 읽는 재미를 덤으로 얻었으니, 남는 게 많은 책이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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