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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산책>화이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베로니카의 이중생활』『십계』등으로 세계적 명성을 가진 폴란드의 거장 감독 크쥐쉬토프 키에슬로브스키가 국가끼리 평등해지는유럽통합의 이상을 고도의 상징법으로 그려낸 예술영화다.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그랑프리)수상작인 『블루』,칸영 화제 초청작품인 『레드』에 이은 3부작의 완결편이다.
서유럽 부국과 동유럽 빈국간에 존재하는 불평등 구조와 이를 넘어서는 노력을 남녀간의 성적 불평등 문제에 빗대어 표현하고 있다.청.백.적색으로 이뤄진 프랑스 국기에서 흰색은 평등을 상징한다. 각 장면의 분위기에 들어맞는 색깔.빛.음향.음악을 조화시킨 감독의 예리한 영상언어 구사 능력과 깔끔한 화면 구성은유럽통합의 이상이라는 거창하고 관념적인 주제를 떠나서도 이 영화의 가치를 폄할 수 없게 만든다.
94베를린영화제 은곰상.최우수 감독상을 받은 영화로 유럽 최신 영화언어 경향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파리에서 미용실을 하는 폴란드인 카롤은 성적욕구를 만족시켜주지 못한다는 이유로 프랑스인 아내 도미니크로부터 이혼당한다.비행기삯조차 없어 짐짝속에 숨어 폴란드로 돌아간 그는 갖은 수단을 다 써 큰 부를 축적한다.
그런 다음 자신이 사망한 것으로 위장한채 전재산을 전처에게 남긴다는 유서로 그녀를 가짜 장례식에 부른다.
장례식후 방에 들어온 도미니크는 살아있는 카롤을 보고 놀라지만 둘은 이내 정사를 나누고 이 장면은 길고 긴 터널을 뚫고 환희에 도달하는 장면으로 연결된다.클라이맥스의 순간 화면은 온통 눈부신 흰빛으로 가득 찬다.오르가슴의 순간을 두 남녀,그리고 국가들끼리 평등에 도달하는 것으로 상징화시켜 화면을 연출한것이다. 스타맥스 출시.
〈蔡仁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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