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보안법 거론 적절치 않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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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우리는 南北관계가 지극히 미묘한 이 시기에 美國에서 우리의 保安法문제가 왜 제기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지금 제네바에선 北韓-美國간의 核협상이 고비에 이르고 있고,南北韓도 金日成사망후대화재개의 불가피성에 대비해 각기 暗中摸索하는 단계다.이런 시기에 미국에서 북한측의 단골메뉴라 할 보안법문제가 불쑥 튀어나온 것은 여러 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물론 美측은 기자의 질문이 있었기 때문에 기존입장을 재확인했을 뿐이라고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 외무부가 밝혔듯이 보안법문제는 어디까지나 우리의 국내문제이며 美측이 改廢를 운위하는 것은 국가간의 예의에도맞지 않는 일이다.과거 권위주의정권에서는 보안법이 惡.濫用되어인권침해등의 심각한 문제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지 만 文民정부 출범후엔 사정이 달라졌음은 미국정부 역시 잘 알 것이다.
더구나 최근 우리사회에는 어느 때보다 임박한듯한 통일가능성의熱氣속에 親北세력의 움직임이 더 극렬.대담해지고 있으며,이들을조종하는 北의 책동도 노골적이고 더 집요하게 전개되고 있다.최근 적발된 救國前衛사건,金日成청년동맹사건이나 北과 직접 交信하고 지령받는 主思派의 움직임을 보면 긴 설명이 따로 필요없다.
각목과 쇠파이프를 들고 파출소를 습격하고,달리는 열차를 세운다면 그들이 비록 학생신분이라도 미국이라 한들 처벌을 않을 것인가. 체제전복을 위한 지하조직이나 主思派를 위시한 親北세력은 西方세계에서 말하는 억압받는 少數派가 아니다.이들 때문에 보안법이 존재하는 것이다.우리 역시 오랜 기간 국제적 눈총을 받아온 보안법을 언제까지나 지금의 형태로 존속시켜야 한다 고는 보지 않는다.
우리내부에도 보안법 改廢논의는 벌써부터 있어왔고 오는 정기국회에서는 政治圈에서도 이 문제를 다루게 될 것이다.그러나 改廢문제는 객관적 상황과 우리의 대처능력에 따라 우리 스스로가 북한의 對南자세를 보아가며 결정할 문제다.
미국이 혹시 對北협상의 분위기 조성용으로 이 문제를 제기했다면 우리로서는 섭섭한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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