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릿한 드라마는 없었다 … 한계 드러낸 신당 오픈 프라이머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2002년 민주당 경선은 매 주말 지역순회 투표를 통해 바람을 일으켰다. 국민 사이에서 '주말 드라마보다 재미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신당 경선에서도 지역순회 투표가 도입됐지만 2002년 경선과 같은 폭발력을 보여 주진 못했다.

신당은 이번 경선에서 정당 사상 최초로 '오픈 프라이머리(완전 국민경선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국민은 경선 시작(9월 15일)을 불과 한 달 앞두고 창당한 '급조 정당'에 눈길을 주지 않았다. 16개 지역 경선의 평균 투표율은 16.2%에 불과했다. 경선이 한창인데도 후보들의 지지율은 오히려 추락했다. 추석 직전 지지율이 11%였던 정동영 후보는 남북 정상회담 직후인 10일 한 자릿수(7.6%)로 떨어졌다.

이번 경선은 급조 정당의 미숙함도 여실히 드러냈다. 본 경선에 앞서 치러진 '컷 오프(9월 5일)'에서 집계 오류로 후보 간 순위가 뒤바뀌는가 하면, 경선 룰을 정하면서 하룻밤 새 당헌을 고쳤다.

신당 경선이 흥행 참패로 막을 내린 이유는 뭘까.

신당은 168만 명에 이르는 선거인단을 모집했다. 외형상으론 흥행에 성공한 셈이다. 그러나 이중 6분의 1가량만 실제 투표장에 나왔다. 문제는 선거인단 모집 방식이었다. 신당은 2002년과 달리 인구비례와 상관없이 마구잡이로 선거인단을 모집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참여의 폭을 넓히겠다는 명분이었다.

그러나 각 캠프가 경쟁적이고 조직적으로 선거인단을 긁어 모으면서 '무늬만 오픈 프라이머리'라는 우려가 나왔다. 특정 지역에 선거인단이 몰리자 '불공정 경선'이란 불만도 터져 나왔다. '묻지마' 선거인단 모집 경쟁은 대리 접수, 명의 도용 등 불법 선거 논란으로 번졌다. 완전 국민경선을 표방한 신당 경선이 폐쇄형 지지자 동원 경선으로 변질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터져 나온 노무현 대통령 명의 도용 사건은 경선 파행의 불씨가 됐다. 경선 도중 룰을 바꾼 초유의 사태는 '원칙 없는 고무줄 룰'이란 여론의 뭇매에 시달렸다.

그나마 막판에 불어 닥친 '모바일 바람'은 꺼져 가던 경선 흥행의 불씨를 되살렸다. 신당이 사상 처음으로 실시한 모바일 투표는 정보기술(IT)의 발전과 오픈 프라이머리가 결합된 '모바일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예상을 뒤엎고 손 후보가 연승을 거두면서 경선 흥행에도 기폭제가 됐다. 하지만 한편에선 비밀선거 원칙을 훼손한 문제점이 있다는 논란을 불렀다.

정강현 기자

☞◆오픈 프라이머리=당원이 아닌 일반 유권자들도 투표를 통해 대선 후보 선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제도. '당원 경선'이 아닌 '국민 경선'을 뜻한다.

▶[J-HOT] "노사모 전략가들 정동영 측에 있었다"

▶[J-HOT] "불쏘시개라도 되겠다"던 孫, 그말이 현실로

▶[J-HOT] 노대통령과 10분 통화, 불편한 관계 풀어지나

▶[J-HOT] '조직력 + 호남 민심'으로 친노 견제 뚫었다

▶[J-HOT] 이명박 측 "鄭후보, 아직 대표선수 아니잖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