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쏘시개'로 끝난 손학규 탈당 실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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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대통합민주신당 경선 후보가 대선 후보로 선출된 정동영 후보에게 축하 인사를 건네고 있다. [사진=오종택 기자]

대통합민주신당 경선에서 2위를 한 손학규 후보는 15일 "정동영 후보가 반드시 대선 승리를 이뤄 달라"고 말했다.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신당의 대선 후보자 지명대회의 낙선자 연설에서다. 이날의 주인공인 정 후보가 환호하는 지지자들에게 둘러싸여 당선자 기자회견장으로 향하는 동안 그는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체육관을 빠져나갔다.

한나라당 탈당 이튿날인 3월 20일 "새 정치를 위해 불쏘시개가 되고, 치어리더가 되겠다"던 그의 말은 현실이 됐다. 그가 뛰어들어 열린우리당 사람들과 함께 만든 신당에서 그는 결국 대선 후보가 되지 못했다.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탈당하려던 손 후보를 향해 "안에 있어도 시베리아, 밖에 있어도 시베리아"라고 했는데 신당은 그에겐 시베리아였다.

한나라당에선 "그냥 있었으면 총리라도 했을 것 아닌가"라는 말이 나온다.

손 후보 진영의 딜레마는 '그가 원하는 쪽'과 '그를 원하는 쪽'이 달랐다는 것이다. 한때 10%를 넘겼던 그의 여론조사 지지율 속엔 한나라당 지지층이 포함돼 있었다. 그들은 손 후보가 신당에 합류하자 지지를 철회했다. 반면 신당의 경선을 주도한 골수 지지자들은 손 후보를 시종일관 지지하지 않았다. 노 대통령은 그를 비토하는 발언을 끝까지 했다.

안이한 경선 룰 협상은 손 후보 진영의 전략 부재였다. 캠프가 '1인 2표제'의 여론조사 예비경선을 수용하자 설훈 상황실장은 "'1인 2표제'는 1, 2위 간 표 차를 줄여 손 후보 대세론에 제동이 걸린다"며 반발했는데 이는 맞는 말이었다.

정 후보가 열린우리당 의장 시절 구축했던 전국 조직을 되살리던 사이 손 후보 측은 비정치권 인사들이 주도한 선진평화연대를 조직 기반으로 삼았다. 신당과 인연이 없었던 이 조직은 경선에선 힘을 쓰지 못했다. 조직의 덫에 걸린 것이다.

광주.전남 경선을 앞둔 지난달 말 손 후보 측이 절실히 원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DJ)은 미국으로 출국했다. DJ의 격려와 고무는 손 후보의 신당행에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동원 선거 중단을 요구하며 강행한 캠프 해체는 14일 신당의 마지막 경선에선 그의 수도권 패배로 이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손 후보는 백의종군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14일 밤 그는 서울 서대문 사무실에서 지지 의원들과 만나 "새 정치와 총선 승리를 위해 여러분과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그의 탈당 실험은 실패했지만 손 후보는 이게 끝이 아니라고 본다. 대선 국면에선 신당 승리에 주력하고, 이후 정치 개혁으로 신당 변화를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손 후보를 도왔던 우상호 의원은 "비록 대선 후보가 되지 못했지만 경선 과정에서 손 후보는 신당에 뿌리를 내렸다"고 말했다.

채병건 기자 ,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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