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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하기자의풍향계] 정동영 승리 요인 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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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정동영 후보가 15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후보 수락연설을 하기에 앞서 당원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사진=조용철 기자]

대통합민주신당이 8월 초 출범할 때만 해도 정동영의 승리를 예상하는 이는 당내에서 드물었다. 당시까지 신당의 주인공은 지지율 선두를 달리던 손학규 후보였다. 정 후보는 노 대통령의 비판과 견제도 받았다.

그랬던 정 후보가 60여 일 만에 신당의 후보를 쟁취한 것은 ▶세 후보 가운데 당내 기반이 가장 탄탄했고 ▶호남표의 결집을 이끌어 냈으며 ▶치밀한 전략으로 경선룰 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정 후보는 열린우리당 시절 두 차례 당 의장을 지내면서 2004년 총선과 2006년 지방선거 공천을 비롯해 수많은 당직 인선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 비례대표 의원의 과반수가 정 후보 사람이라는 지적이 있다. 전국적으로 자신의 조직 기반을 다져 놓을 기회가 많았던 셈이다.

이해찬 후보도 당내 뿌리로만 따지면 정 후보 못지않지만 '친노무현' 그룹의 한계와 개인의 성격 때문에 행동반경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당 지지율이 저조한 상황에서 도입한 국민경선제는 '사람 채워 넣기' 경쟁으로 변질됐으며 조직력이 강한 후보가 앞서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특히 선거인단 모집에서 지역별 인구비례를 반영하지 않는 특이한 방식이다 보니 당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호남에서 선거인단이 대거 유입된 게 대세를 가르는 변수가 됐다. 이는 유일 호남 주자였던 정 후보가 수도권 출신인 손 후보를 꺾는 데 결정적 승인이 됐다.

실제로 지역선거인단의 총투표수 27만2123표 가운데 호남(인구비율 10.7%)의 비율은 37.7%에 달한 반면 수도권(인구비율 48.5%)의 비율은 30.3%에 그쳤다. 지난달 5일 예비경선에서 1인2투표제가 도입된 것도 정 후보에겐 행운이었다.

예비경선에서 정 후보는 1위를 차지한 손 후보를 54표 차로 바짝 따라 붙어 '손학규 대세론'에 타격을 가했다. 정 후보는 일반인 여론조사에선 뒤졌지만 선거인단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선 손 후보에게 앞서며 '당심 정동영, 민심 손학규'의 구도를 만들어 냈다. 복수 선택이기 때문에 1위와 2위의 표차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1인 2표제' 예비경선 룰을 수용한 손 후보 진영은 뒤늦게 땅을 쳤지만 버스는 떠난 뒤였다.

손 후보 입장에서 뼈저린 대목은 '모바일 투표' 열풍이 너무 뒤늦게 불었다는 점이다. 손 후보는 1, 2, 3차에 걸친 모바일 투표에서 7만31표를 얻어 정 후보(6만2138표)를 7893표로 따돌렸다. 지역선거인단 투표와는 완전히 다른 결과다. 이는 지역선거인단은 호남 지역 편중 현상이 생겼지만 모바일 투표단은 수도권 20~30대가 주축이 되면서 생겨난 현상이다. 특히 1, 2차 모바일 투표에서 손 후보가 1위를 차지하면서 모바일 투표에 대한 관심이 폭발해 접수 마감일이었던 10일엔 무려 5만여 명의 선거인단이 모집됐다.

모바일 선거의 투표율은 75.0%로 지역선거인단(16.2%)보다 압도적으로 높았기 때문에 적은 선거인단으로도 상당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다. 손 후보 입장에선 지역선거인단의 열세를 만회할 수 있는 도구였다.

그러나 모바일 투표가 경선 막바지에 배치되는 바람에 손 후보가 모바일의 선전으로 누릴 수 있는 '밴드왜건(유권자들이 승자 쪽에 표를 몰아주는 현상)' 효과는 제한적으로 끝났다.

김정하 기자 , 사진=조용철 기자

☞◆모바일(휴대전화) 투표=선거인단으로 등록된 유권자가 투표장에 나가지 않고 자신의 휴대전화로 투표하는 것. 유권자는 ARS(자동응답)전화가 오면 비밀번호를 입력한 뒤 녹음된 안내원의 지시에 따라 지지후보를 선택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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